[미디어펜=이상일 기자] 18년 만에 '이태원 살인사건' 아더 존 패터슨(36)과 에드워드 리(36)가 법정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1997년 4월 3일 밤 이태원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 18년 만에 '이태원 살인사건' 아더 존 패터슨(36)과 에드워드 리(36)가 법정에서 만났다. /사진=OBS 방송화면 |
지난 4일 법정에 먼저 들어온 패터슨이었다. 5분여가 지나자 리가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 오른쪽의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패터슨은 정면에서 걸어오는 리를 보는 순간 시선을 고정하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18년전 피고인석에는 리가 앉아 있었다.
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첫 공판에 현장 목격자로 나와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을 받았다.
그는 신문에 앞서 재판부에 "영어로 증인신문을 해 달라"고 요청한 뒤 영어로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증인선서를 했다.
그는 검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이 한국어를 못하는데도 18년 전 수사당국이 통역없이 조서를 작성했다며 자신이 범행과 연관됐다는 진술이 담긴 조서 내용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메모지를 달라거나 모니터 화면에 제시된 증거 사진이 너무 작다며 확대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밝혔다.
검사가 '화장실을 떠나기 전 목격한 피해자의 모습이 어땠느냐'고 재차 묻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잡으며 당시 피해자의 모습을 재연했다.
패터슨은 이따금 손을 들어 리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자신의 질문에 리가 상반된 답변을 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리는 패터슨 측 변호인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화장실에서 손을 닦았다는 있지도 않은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 아니냐'고 수차례 추궁하자 "마치 제 어린 아들이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것과 같다"며 맞섰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리의 아버지는 변호인이 자신의 아들을 신문하면서 '부모님이 순수한 한국인이냐', '부모의 직업이 무엇이냐' 등 가족사를 묻자 '컴온(come on), 아이 진짜'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변호인 신문에 반감을 드러내던 그는 돌발 언행으로 재판부의 경고를 수차례 받다 오후 8시께 잠시 퇴정하기도 했다.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검찰이 혈흔이 낭자한 사건 현장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려 하자 재판부 제안으로 잠시 법정 밖으로 나가 있기도 했다.
리는 8시간여 증인신문이 끝나자 재판부와 검찰에 인사하고 법정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