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광장 시위에 목매는 민중총궐기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 뒤집자 세상을! 오는 14일 토요일 광화문 한복판에서 민중총궐기 시위가 벌어진다. 노동자, 농민, 빈민, 시민사회라고 하는 이들이 10만 규모의 ‘민중총궐기’에 나서 11대 요구안을 외친다. 선거로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기는 커녕 재보궐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는데 민중총궐기를 한다. 대의민주제는 갖다버리고 광장 시위에 목을 매는 ‘反민주’ 민중 봉기다.
‘민중’은 30년 전에 폐기처분된 맑시즘의 계급론 및 갈등론에 입각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류의 용어다. “민중이여 궐기하라”,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리자”는 구호는 100년 전 소비에트혁명 당시에나 나올 법한 말이다. 민중총궐기에 나서는 이들은 2015년이 아니라 아직도 1987년 언저리에 머무는 듯하다.
이들은 ‘재벌천국 노동지옥’, ‘빈곤철폐 자주평화’를 구호로 외친다. 이들이 내세우는 11가지 분야의 11대 요구안은 가관이다. 이대로 하면 나라 망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모든 서민의 사회안전망 강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와 정규직 재벌 책임’, ‘쌀수입 저지 및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노점단속중단 및 장애등급제 폐지’, ‘공안탄압 중지-국가보안법 폐지-국정원 해체-양심수 석방-역사교과서 국정화폐기’, ‘차별금지법 제정’, ‘대북적대정책 폐기-5.24조치 해제-한반도사드배치 반대-한미동맹 중단’, ‘재벌 곳간 열어 청년 일자리 창출-대학구조조정 반대’,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 ‘신규원전 건설 저지-노후원전 폐기’, ‘의료 철도 가스 물 민영화 중단-공공의료 확충-제주영리병원 추진 중단’ 등이다.
나라 망하기 딱 좋은 11대 요구안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모든 일에는 돈이 들어간다. (서민의 기준이 어디까지 인지 며느리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스스로를 ‘서민’이라 여기는 모든 이들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려면 연간 국가예산 전부를 복지에 쏟아 부어도 부족할 것이다. 이미 올해 예산 375조 원 중 115조 원(30.8%)이 복지에 쓰였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는 더욱 가당찮다. 사내유보금은 현금으로 빼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설투자 및 재투자의 명목으로 기업별 회계로 잡혀 있는 금액에 불과하다. 사내유보금 환수는 법인의 재산권을 인정치 않고 공산주의 사회를 구현하자는 무식한 외침이다. 재벌 곳간을 열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얘기는 ‘마차로 말을 끌자’는 언어도단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수익을 내야 일자리가 생긴다. 선후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내뱉으면 다가 아니다.
그리고 세상이 어느 땐데 아직도 쌀 수입 저지를 외치는 이들이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위정척사파도 아니고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21세기 한복판에 주장하는 건가. 소비자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쌀 재배를 고집하는 농민들이 특권계층인지도 의문이다. 이들을 국민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 명분이 궁금하다.
▲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 뒤집자 세상을! 오는 14일 토요일 광화문 한복판에서 민중총궐기 시위가 벌어진다. 노동자, 농민, 빈민, 시민사회라고 하는 이들이 10만 규모의 ‘민중총궐기’에 나서 11대 요구안을 외친다./사진=민중총궐기 투쟁본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raiseup1114) |
노점단속도 마찬가지다. 노점은 세금을 내지 않고 불법으로 공유지 국유지 등 남의 땅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점포를 내어 세금을 납부하면서 적법하게 일하는 자영업자들 주변에 노점이 있다면 마땅히 철거해야 한다. 남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자기 배를 불리기 바쁜 이들이다.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으면서 있지도 않는 자신의 권리를 챙기기 바쁜 민중총궐기 주도자들이다.
‘공안-국가보안법-국정원-양심수-교과서-대북정책-사드-한미동맹’에 대한 민중총궐기 목소리는 북한과 판박이라 거론할 가치가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소수가 다수에게 가하는 전체주의식 발상이라 언급할 게재가 아니다.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은 재판정에서 모두 규명된 것이기에 해당 판결문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신규 원전 및 기존 원전을 폐기하라는 주장은 공허하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한국 전력 총량의 28~30%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면 공장설비 돌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겨울나기 난방과 한여름 냉방을 할 수 없다. 전기 값은 치솟을 게 뻔하다. 서민들부터 곡소리 낼 것이다.
대안 없는 주장은 공허하다
재벌 곳간 헐고 사회안전망 구축, 적정 쌀값 보장, 일자리 창출, 세월호 인양, 원전 폐기, 민영화 중단 등 이 모두가 남의 돈으로 무언가를 하자는 목소리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재원으로 예산을 마련할 것인지 아리송하다. 기업과 정부 모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피땀 흘려 벌어들여 수익이 나면 세금을 낸다. 이 세금으로 정부가 돌아간다. 민중총궐기 11대 요구? 하려면 당신들 돈으로 하라.
▲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올해 초 공무원연금개혁에 이은 최근 노동개혁에 대하여 '노동개악'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11가지 요구안을 내세우며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 나선다./사진=연합뉴스 |
시위가 단순한 불만의 표출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현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대안 없는 주장은 공허하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에 공짜는 없고, 쓸 수 있는 자원은 매번 부족하다. 인류 역사상 지상천국을 이루려는 시도는 지옥으로 끝났다. 민중총궐기에 나서는 이들이 이루려는 나라가 폴포트의 캄보디아, 호치민의 베트남, 모택동의 중국, 스탈린의 소련, 김일성 김정일의 북한은 아니길 바란다.
한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총궐기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만 부탁한다. 신고한 대로 폴리스라인 넘지 말고 비폭력 평화시위에 임하기 바란다. 폴리스라인을 넘어 스스로 불법시위자로 전락한 당신들을 막아서는 전경들은 모두 납세자의 아들딸이며 국민의 한사람이다. 애꿎은 경찰들 고생시키지 말길 소원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