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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차이가 가른 YTN과 연합뉴스의 경쟁력

2015-11-12 09:4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언론인들의 시국선언에 대해서만큼은 공영방송 KBS보다 훨씬 심각하고 상태가 안 좋은 언론사가 YTN이다. YTN 언론노조가 참여자 수로는 KBS 언론노조원 1407명보다 4분의 1 수준인 350여명에 불과해 훨씬 적지만 소속 언론사나 국민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YTN노조가 훨씬 악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민주성에 있어서도 YTN 언론노조는 KBS보다도 더 비민주적이다. 무슨 김정은 왕조도 아니고 조합원 전원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한다.

어떻게 단 한 사람도 국정교과서 찬성 의견이 없을 수가 있는지 최소한 국정화 반대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입을 해봐도 정상이 아니다. 권영희 노조위원장이 억압의 리더십을 가진 희대의 독재적 위원장이거나 아니면 노조원 개인들의 의사를 정확히 묻지도 않고 어물쩍하게 넘겨 집행부 멋대로 명단에 포함시켰거나 둘 중 하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둘 다 노조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조에 시국선언 엄정 대응 공문 보낸 것은 국민 기만 쇼인가

교과서 국정화는 다양성을 무시한 독재라며 비난하는 노조가 보여주는 행태들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행태라는 것보다 더 심각한 건 조준희 사장의 태도다. 조 사장은 언론노조원들의 시국선언이 문제가 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하게 갈린 논쟁거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YTN노조가 특정 입장을 견지하며 참여하는 것은 YTN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로 보고 있다”며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사규에 따라 엄정 대처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미 4일자 일간지에 YTN 노조원들 전원이 시국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음이 알려졌고 또 노조위원장이 좌파신문에 “전원이 참여했다”며 거리낌 없이 밝혔는데도 이후 YTN은 그냥 앉아 구경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2달 연속으로 연합뉴스TV에 밀렸다고 해도 YTN은 대한민국 대표 보도전문채널이고 당당한 전문 언론사인데 입장발표가 아니면 말고 식이어선 곤란한 일이다.

YTN의 공식 입장은 누가 등 떠밀어 억지로 발표시킨 게 아닐 것이다. YTN 조준희 사장은 면밀한 검토 끝에 노조의 시국선언 참여행위가 명백한 정치적 중립 위반이고 사규를 위반한 것에 해당된다고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래서 공식 입장까지 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어야 마땅한 일이다. 지금 시점이라면 최소한 징계조치를 위한 어떤 액션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회사 홍보팀장이라는 사람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고, 회사의 앞으로의 방침도 전달된 게 없다고 한다. YTN은 하지도 않을 징계를 운운하며 국민을 기만한 것인가. 안 하자니 눈치가 보여서 입장을 노조에 알리긴 했는데 막상 노조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니 징계 할 생각이 싹 사라지기라도 했나. 그런 줏대 없음과 무의지로 어떻게 언론사 사장을 한다는 건가. 아니면 노조와 이심전심 대충 쇼나 보여주고 끝내자고 하기라도 한 것인가. 조 사장의 태도를 보면 도대체 이런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다.

   
▲ 조준희 YTN 사장은 언론노조원들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이 문제가 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하게 갈린 논쟁거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YTN노조가 특정 입장을 견지하며 참여하는 것은 YTN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로 보고 있다”며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사규에 따라 엄정 대처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조차 없다. /사진=YTN 홈페이지 캡쳐
‘무성과’ 조준희 사장의 굴욕은 자초한 것이다

YTN 조 사장의 이런 한심한 태도와 다르게 경쟁사인 연합뉴스TV의 박노황 사장의 행보는 너무나 다르다. 연합뉴스는 자사 기자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할 계획을 알고 공문을 보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기자가 시국선언에 참가하는 것은 일반 국민을 비롯해서 대외적으로 연합뉴스의 보도 객관성에 심각한 우려를 줄 수 있다”며 “참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징계방침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YTN과 별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후의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박 사장은 노조에 연합뉴스라는 이름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한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관련 기사에 의하면 노조원 개인들 징계는 어려워도 적어도 그런 부적절한 시국선언 참여를 주도한 노조위원장에 만큼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처사다. 언론사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면 그에 걸맞게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체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YTN 조준희 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도 않을 징계 엄포는 왜 놓았나. 언론취재가 들어가니 헐레벌떡 엄포를 놨다가, 여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여론이 언론노조의 시국선언을 비판하니 처음부터 대충 쇼나 하고 끝내겠다는 뜻으로 노조에 쓸데없이 공문이나 보내고 있었다는 얘긴가.

보도의 질과 경쟁력도 떨어지고 급기야 시청률에도 밀리더니 언론사 대표로서 지녀야할 권위에서 마저 연합뉴스에 밀리는 듯 보이는 것이 지금의 초라한 YTN의 현실이다. 더욱이 조 사장은 처음 기대와 달리 경영난 해결사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걸 보면 YTN 노조위원장이 좌파신문에다 대놓고 사장이 뭐라 하든 말든 신경 안 쓴다고 ‘디스’하는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는 것이다.

언론사 대표로서 조준희 사장은 달라져야 한다

조준희 사장은 YTN 대표이사로서 적당히 지내다 임기를 마칠 요령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사는 그렇게 쉽게 볼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 대표이사로서의 리더십엔 경영 그 이상을 뛰어넘는 권위와 신뢰, 냉철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직원들로부터 존경받지는 못할망정 무시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석연치가 않은 조 사장의 모습이나 대충 현실에 안주해 비비고 가자는 듯 비춰지는 YTN 언론인들 전체가 무기력과 타성에 젖은 모습이다.

양 쪽 모두 여론의 눈치나 보고 각자 보신주의에나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직하지 못하다. YTN을 위해서라도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해야 할 것 같다. 조준희 사장은 연합뉴스 하는 것 반이라도 따라가길 바란다. 굴욕감을 느낀다면 더 분발할 일이다. 눈치 보기나 처세, 기회주의로는 언론사 대표로서 오래 갈 수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엇이 우선수위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시국선언 사태에 대한 조 사장의 가벼운 처신을 바로잡는 것이 새출발의 기점이 될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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