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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님 "응답할께요, 미얀마전 갑시다"

2015-11-12 13:37 | 김재현 기자 | s891158@nate.com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12일 한국국가대표팀의 2015년 A매치 마지막 홈경기가 열린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미얀마전이다. 늘 그랬듯이 바쁘다는 혹은 멀다는 이유로, 춥다는 핑계로, 수준 낮은 미얀마라서 외면하거나 TV시청으로 때우려는 자칭 축구팬에게 슈틸리케 감독은 망치로 머리를 두드릴 만큼 충격을 줬다.

   
▲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한국 대 자메이카 친선경기가 일린 상암경기장 모습./KEB하나은행
벽안의 감독이 직접 "지난 9월 화성에서 열렸던 라오스전에서 관중들이 경기장을 꽉 채워줬다. 이번 미얀마전에 많은 분들이 대표팀의 좋은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부탁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기자에겐 부탁이 아닌 애원이나 항변에 가깝게 들렸다.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면 얼마나 사기가 떨어지겠는가. 풀이 죽은 선수들도 신나고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리 만무하다. 그의 의중은 올해 마지막 홈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루겠다는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걱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간절함이 통할지, 국민들이 응답할지 도통 모르겠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열풍이 한반도를 뒤덮힐 정도로 뜨거웠던 적이 있다. 이후 점차 그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프로축구는 TV중계권료 난항으로 국민들로부터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린지 오래다. 그만큼 국민들과 축구는 시나브로 이별하고 말았다.

축구 선진국의 실력을 평가하는 비교병이 문제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대표팀 간판급 선수들을 해외진출 티켓을 거머줬다. 대표중인 인물은 박지성. 아인트호벤에서 유럽축구 본고장인 영국, 그것도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진출한 후 프리미어리그를 보며 박지성의 활약상에 주말내내 뜬눈을 지새우기도 했다. 혹은 메시와 호날두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해외축구에 감탄하고 환호했다.

사람의 눈은 참 간사하다. 좋은 것만 보고 싶은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높은 수준의 축구를 접할 수록 프로축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준차이가 난다며 고개를 저었다. 가끔 친구들과 케이블 TV에서 중계하는  프로축구를 보려하면 채널을 돌리라고 한다. 재미없다는 이유다. 유럽의 그들처럼 화려한 개인기와 박진감이 없으니 굳이 왜 보겠냐는 심보다. 

이런 기류에 축구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뜸한 관중 사이로 겨울 찬바람이 관중석을 몰아친다. 물론 월드컵, 올림픽 예선이나 A매치 평가전은 호불호가 갈린다. 상대팀에 따라 관중수가 달라진다. 지역도 갈린다.  

한 축구 관계자는 "아무래도 아시아지역 예선 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체팀과 겨루는 경기가 많다보니 관중이 적은 것"이라며 "유수의 유럽이나 남미팀들과의 평가전 때는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A매치 성사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월드컵 경기장인 만큼 많은 관중이 없어보이는 이유일 수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많은 관중이 입장했다고 한다. 2만8105명.  서울월드컵경기장 좌석수는 6만3923석.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하더라도 관중 수가 무색해 질 수 있다.

프로축구 관중은 더할 말이 없다. e-나라지표의 주요 프로스포츠 관중 추이에 따르면, 축구는 2012년 241만9143명, 2013년 229만3957만명, 2014년 185만8333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와 달리 야구의 경우 753만3408명, 674만4030명, 675만4619명으로 상대적으로 많다. 매일 열리는 야구다 보니 TV에서 중계하고 하이라이트쇼까지 펼쳐지니 체감도는 매우 높다. "왜 야구와 비교했을까" 오해없길 바란다.

슈틸리케 감독의 호소가 피부로 전해온다. 관중이 있던 없던 늘 같은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축구팬들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뒷바라지하고 있는 후원사들에게도 감사하다. KEB하나은행,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교보생명, 아시아나 항공, 하이트, 카페베네, 코카콜라, 서울우유에게 전한다.

공식 후원사는 4년마다 계약 연장을 하게 된다. 각 업종별로 대표 기업 한 곳과 스폰서 계약을 맺게된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의 노장격이다. 대한축구협회와의 인연이 18년째다. 1998년 구 서울은행 때 200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 지원을 하면서 연을 맺게 됐다. 여기에 FA CUP, FC서울 공식 뿐만 아니라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축구A매치 전 경기의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할 만큼 축구사랑이 대단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여러가지 조사를 보더라도 A매치 시청률이나 관중동원 등 스포츠마케팅측면에서 브랜드 홍보가치는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축구협회에서도 오래된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만큼 현재 분위기로서는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가고자하는게 은행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을 듯 하다. 많은 관중이 하나돼 축구경기장을 찾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더많은 브랜드 홍보와 광고효과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축구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대단하다.

   
▲ 한국축구국구대표팀이 경기 전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KEB하나은행
축구로 인한 사회공헌도 크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하는 사회공헌인 메세나(Mecenat) 활동도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은 A매치가 열릴때마다 해당 나라 고객들을 초청해 축구축제를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잠재적인 축구팬들을 만들어 나가는 참여의 장도 만들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의 대변인 역할도 도맡으면서 후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와 축구협회간 후원 협약식에서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것은 스포츠는 물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대표팀의 경기 내용과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후원사의 이미지도 같이 좋아졌다. 많은 기업이 후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축구 후원을 하는 기업들의 효과를 홍보하기엔 충분했다. 이같은 기류는 기업들의 축구 후원의 열의를 불태우고 좀더 심도있고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스폰서 역할을 충실히 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축구의 실력이나 규모적인 측면에서 유럽과 견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한국축구를 폄하하는 일부 사람들이 바라던대로 되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축구에 관심이 있는 국민들이나 축구팬들의 몫만 남았다.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는 용기를 갖자. 우리가 경기장에 하나둘씩 모일때 한국축구의 실력은 향상될 것이고 기업들은 후원에 목맬 것이다. 그럼 자연적으로 축구는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

가을 바람이 차다.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오늘 오리털 파커와 간이 담요, 따듯한 음료수를 가지고 갈 것이다. 힘을 내요, 슈틸리케 감독님.

한편, 12일 미얀마 전은 MBC, 17일 라오스전은 JTBC에서 생중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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