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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노조 수장 ‘이윤재 사태’로 본 MBC의 꼼수 인사

2015-11-16 10:3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MBC가 이윤재 공정방송노동조합 위원장을 인사발령을 낸지 보름여 만에 다시 본사로 불러들였다. 인사를 철회한 게 아니라 경인지사 출장소로 다시 보낸 것이다. 경인지사 출장소가 상암동 본사 12층에 있단다. 이 위원장은 “내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런 태도의 의미를 모르겠다. 원직 복직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복직을 위한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조치를 한 회사의 뜻을 모르겠다고 점잖게 얘기했지만, 누가 봐도 MBC의 얄팍한 ‘꼼수’다.

아무리 힘이 없는 작은 우파노조라도 ‘노조위원장’이다. 보낼 때도 상의는커녕 사전에 한마디 말도 없이 귀양 보내 듯 보내버리더니 비판 여론이 나오니 출장소가 본사에 있다며 다시 오란다. 정확히 말하면 이 위원장은 경인지사에서 다시 경인지사 출장소로 출근지시를 받은 것이다. 본사에 왔으니 된 것 아니냐고 MBC가 착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이 위원장을 더 우습게 본 처사다. 얼마나 쉬우면 이런 잔꾀를 부리나.

우파를 함부로 대하는 안광한 사장 체제에 대한 깊은 실망

MBC가 회사입장에서 당연한 인사권이라고 한다면, 좋다. MBC 직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런 인사가 이뤄졌다면 할 말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이 위원장은 사규를 위반한 것도 없고 업무상 실수를 한 것도 없지만 단 한 가지 일일보고를 쓰면서 회사 경영진을 비판한 것만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한다. 필자도 이 위원장의 일일보고를 매번 받아 읽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주장이나 논리, 비판 내용에 매번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본질은 이것이다. 그가 아무리 경영진을 아프게 비판했다고 해도 이 위원장이 최소한 MBC 언론노조 위원장만큼은 아니라도 우파 노조로서 과거 MBC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회사를 지켰던 역사가 있는 노조의 위원장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MBC는 MBC가 망하라고 저주라도 하듯 막장의 끝을 달렸던 정치파업의 주도자 MBC언론노조의 노조위원장에게 이윤재 위원장에게 하듯 이런 인사를 할 수 있나. 아마도 당연히 못할 것이다.

MBC 안광한 사장 체제가 실망스러운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다. 외부에서 노조위원장을 노조원들과 떨어뜨려놓는 것은 노조탄압이 아니냐고 비판하니 경인지사 출장소라는 이상한 명분을 만들어 본사에 데려다 놓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MBC언론노조는 두려워하면서 군소노조, 우파노조는 하찮고 별 것 아닌 듯이 생각하는 태도다.

비유하자면 살만해졌다고 어려운 시절 집안을 일으킨 조강지처는 구박하고 집안을 말아먹은 첩에는 벌벌 떠는 한심한 가장의 모습이 아니고 뭔가. MBC는 왜 구차한 이유까지 대며 이 위원장을 본사에 다시 데려다놨나. 복직은 시켜줄 수 없지만 대신 본사에서 노조활동을 하게 해 줄 테니 찍소리 말라는 뜻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부문간 장벽을 허물어 창의적 조직을 만들겠다는 직종제 폐지가 이렇게 군소노조를 찍어 누르고 함부로 취급하는데 이용되는 걸 보면 MBC의 본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 한국노총이 이윤재 공정방송노동조합 위원장 인사와 관련 인사 MBC에 등기우편으로 보낼 공문. /사진=미디어워치 제공.
이윤재 위원장 사태는 개인 차원이 아니다

MBC의 미래전략을 세우고 이번 인사와 무관치 않을 위치에 있는 백종문과 같은 사람이 경영진 핵심으로 있는 현실에서 이윤재 위원장 인사 사태가 일어났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MBC가 언론노조와 날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날카로운 진검은 MBC 우파노조의 수장을 날리는데 쓰는 이런 기만적인 현실이 MBC의 진심인가? 어차피 우파노조 너희들이 갈 데가 있느냐, 너희들이 우리에게 대들 수나 있겠느냐, 그러니 툭툭 건드려도 찍소리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된다, 이건가?
 
어떤 조직이든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리더십대로 조직의 특성이 나타나고 굴러가기 마련이다. MBC는 지금 우파노조를 홀대하는 건 물론이고 그 노조위원장을 뒷방 쓸모없는 늙으니 취급하고 있다. 어디 갖다 버릴 데라도 없는지, 함부로 이리저리 보내다가 비판을 하니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소위 피와 살점이 튀었던 파업의 전장은 싹 잊은 듯이 이렇게 우파를 무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고, 진실한 사람들을 선택해달라는 호소를 했다. 또 대통령이 한 발언 중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았던 이런 말도 있다.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그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다” 백종문과 같은 자들이 설치는 MBC 안광한 체제는 우파를 기억하는 체제가 아니라 우파를 지우는 체제다. 쓴 소리 좀 한다고, 과거 쓰러져가던 MBC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 공을 세운 우파 노조의 현직 위원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부로 대한다.
 
이윤재 위원장의 복직은 이미 개인 차원을 떠난 문제가 됐다. 그가 정식으로 아나운서 복직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MBC가 우파를 어떻게 여기느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우파 노조를 MBC언론노조보다 더 우대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싫든 좋든 그들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만큼 우파노조에게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다. MBC가 이윤재 위원장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똑똑히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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