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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악성민원, 결국 금융회사의 몫 "어쩌겠나"

2015-11-16 13:51 | 김재현 기자 | s891158@nate.com

금감원 금융 민원·분쟁 처리 개혁방안 발표
금융회사 자율 주고 책임 떠넘기기 우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 민원·분쟁 처리 개혁방안을 내놓자 금융권에서는 악성민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금융감독원은 16일 제14차 금융개혁회의 심의를 거쳐 금융 민원·분쟁처리 개혁방안을 확정하고 추진키로 했다./미디어펜
금감원도 악성민원에 대해 내부적인 메뉴얼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민원은 금융회사의 역량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진웅섭 금감원장은 출입기자단과 추계만찬에서 "문제행동 소비자, 악성민원인에 대해 금융회사에 얘기하는 것이 민원평가 잘 받으려고 귀찮다는 이유로 악성민원인과 합의하지 말라고 말한다"며 "그래서 민원평가에서 소비자 보호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악성민원 관련 전담팀을 꾸려 대응한다해도 막무가내식 민원인의 도 넘은 행태에 금융회사가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금감원은 16일 제14차 금융개혁회의 심의를 거쳐 '금융 민원·분쟁처리 개혁방안'을 확정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금융소비자들의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 등으로 금감원에 바로 접수되는 금융민원,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1년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은 7만2322건으로 2012년 7만6827건, 2013년 7만80008건, 2014년 7만8631건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금융민원 증가원인을 두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금융회사 스스로 민원과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과 금감원 내부에서 늘어나는 민원, 분쟁을 처리하기 역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은 민원은 신설되는 신속처리반에 집중해 금융회사들의 자율조정 과정을 관리토록 했다. 금융회사가 민원인과 전화통화, 면담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민원해결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고 민원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 민원인에게 그 사유를 상세하게 안내하는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특히, 악성 민원에 있어서는 금감원 내 특별조사팀을 신설해 일관성있는 대응과 다른 민원처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단, 민원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악성민원 판별과 종결 처리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경우 현행 같은 내용의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는 경우 악성 민원 적출 시스템을 구축해 2회까지 회신하며 3회를 넘어서면 반복 민원으로 판단해 민원을 소멸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하면 금융회사에 사실조회를 하고 민원인의 주장과 대조해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앞으로 사실 조회받는 기간(14영업일)동안 금감원에 결과를 통보할 때 민원인까지 알려 민원인이 그 사항을 수긍하면 민원 취소나 종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대신 민원인이 금융회사의 처리내용을 수긍하지 못할 경우 금감원의 민원 처리요청을 하면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의 민원 처리한 내용을 민원인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주고 그 사실에 따라 수긍여부를 판단하도록 만든 것이다.

대신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특별조사팀에서 별도 관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악성민원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법적조치 등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 현재 금감원은 악성민원에 대한 세부 메뉴얼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이 악성민원을 관리한더하더라도 현장에서 악성민원을 제대로 컨트롤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회사가 악성민원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금융회사는 '고객차별 금지조항'에 따라 악성민원을 거절하며 대응할 수 없어 악성민원 감축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악성민원을 통해 은행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민원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요구사항을 들어 줄수 밖에 없는 처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심한 욕설과 사은품, 보상금을 요구하는 민원인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대신해 악성민원을 처리해준다하더라도 민원인은 지속적으로 금융회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도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실제 영업점에서 악성 민원인이 고성과 심한 욕설로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선량한 고객을 부추겨 호도하는 일이 빈번하다. 신뢰를 먹고 사는 운명으로 태어난 금융이니 만큼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  단호한 악성민원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것.

금감원 의지대로 악성민원을 대신 전담마크하더라도 금융회사에 대한 도 넘는 민원은 금융회사의 몫이기 때문에 민원·분쟁 개혁에 있어 악성민원 기준, 금융회사의 대응방안, 민원평가 항목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분쟁조정위원회 산하의 전문분야 사건 처리를 위해 전문 소위원회를 도입키로 했다. 위원장은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중 외부 인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의료, IT 분야 등 전문성이 강조되는 분야의 사건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통해 심층 검토 후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민원해결 의지와 역량을 높이기 위해 내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때 금융회사의 민원과 분쟁 해결 역량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민원분쟁 해결 능력과 그에 걸맞는 전담조직 구축과 인력 운용,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민원평가에서 한층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로 확대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순명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악성민원 기준 처리방법에 있어 금감원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율적 분쟁해결을 전가하고 민원평가를 소비자보호평가로 전환하는게 금융회사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측면도 고려했다"면서 "민원발생 평가도 건수 위주의 것을 내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실시해서 조직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 등을 종합평가하는 방법으로 획기적으로 바뀌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한발 더 나아가서 악성 민원관리에 대해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거론했다. 그는 "금감원과  금융권역별 협회, 금융회사 등이 함게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마무리 단계"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우려는 금융회사의 자기책임 원칙 강화를 위해 금감원의 민원처리결과를 감독분담금에 반영키로 한 것. '수익자 부담원칙' 에 따른다는 취지다. 

민원·분쟁 발생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함에도 금융회사는 직접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 민원처리에 적극적이지 못한다는 이유다. 이에 금융회사의 민원·분쟁 유발에 대해 금전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 처장은 "현재도 대형사고 발생 등으로 검사인력이 집중투입된 금융회사에 대해 감독분담금을 할증 적용하고 있다"며 "영국 금융민원전담기구는 연간 25건을 초과하는 민원처리건에 대해 해당 금융회사에 대해 건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감독 기구 산하의 옴부즈맨제도를 운영하면서 대규모 전담인원 3000여명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민원처리에 대한 감독분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은 78명의 민원처리 전담인력으로 구성돼 있어 획기적으로 인원을 늘리지 않고서는 감독분담금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타당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원처리에 대해서도 감독분담금이라는 이유로 금융회사의 부담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며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민원분쟁 처리를 금융회사에 떠넘기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제기했다.

이에 오 처장은 "금융회사 민원분쟁 처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준다던가 구체적인 금융회사와 소비자단체와 소통을 해서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려 한다"고 부연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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