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
학생들에게 욕설의 어원을 알려주면 사용을 자제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때는 지금이다. 욕설의 어원에 대해 공부할 ‘때’ 말이다.
인천하늘고 언어폭력연구소 소속 1·2학년생 30여명은 올해 5∼8월 세 달 동안 욕에 대한 심층연구를 수행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남성의 성기가 몸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의 충격’을 의미하는 ‘존나’의 어원에 대해 깊이 알게 된 것 같다.
하늘고의 이중언(국어과) 지도교사는 "욕설의 어원을 교육한 뒤 실험 참여 학생들의 욕설 사용이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무심코 내뱉고 있는 욕이 담고 있는 진짜 뜻에 대해 알게 되면 사용에도 제동이 걸린다는 꽤 그럴 듯한 분석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존나’에서 그칠 일인가? 오늘은 작정하고 욕의 어원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계몽적인 아이디어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이다.
‘존나’ 못지않게 우리가 자주 들을 수 있는 욕설은 단연 ‘씨발’이다. ‘씨부럴’ ‘씨바’ ‘씨댕’ 등의 변주가 있으며 심성이 고운 사람들은 ‘십장생’ 등으로 순화해 말하기도 한다. 원류인 씨발은 무슨 뜻일까.
‘씹을 할’이라는 말의 줄임이 바로 씨발의 어원이다. ‘씹’은 여성(암컷) 성기를 속되게 부르는 말로 ‘좆’의 상대어다. ‘씨를 받아먹는 입’이라고 해서 ‘씨입’이라고 불렸다가 줄여서 ‘씹’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접미사 ‘-질’과 붙으면 남녀 간의 성교 행위를 일컫는 속어가 된다. 결국 ‘씹을 할’은 ‘씹질을 할’의 줄임말이며 ‘씨발’은 ‘성교를 할’의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성교를 한다는 게 왜 욕설이 됐을까. 성교라는 게 남들 보는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도 아니지 않은가? 성교 없이 탄생한 생명체는 없다. 성교는 숭고한 것이다.
우리는 이 국면에서 ‘씨발’에 대한 중요한 진실 하나와 마주치게 된다. ‘씨발’이라는 말조차 하나의 줄임말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씨발은 앞에 붙는 단어와 함께 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는 욕설이다. 가장 강력한 접두어로는 ‘개’가 있다. ‘개씨발’은 ‘개처럼 성교를 할’의 의미를 담고 있는 초특급 욕설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교를 하는 개의 특성을 사람에게 부여했으니 인간성을 상실한 어마어마한 비하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용례로는 ‘니미 씨발’이 있다. ‘니미’는 ‘네 어미(your mother)’의 의미다. 은근히 자주 들을 수 있는 ‘니미 씨발’이란 욕은 근친상간을 의미하는 무시무시한 뜻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씨발’은 이와 같이 앞말이 생략된 채로 유통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자체로 욕이 된다기보다는 다른 단어들과 함께 사용될 때 파괴력이 생긴다는 점을 아는 학생들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씨발’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욕설이 아니니 마음껏 써도 관계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앞말이 생략되었을지언정 어원상으로는 생략된 의미까지 모두 담고 있으므로 친구들끼리 할 말은 절대 못 된다는 그런 얘길 하고 싶었다. 어원을 바로 알고 사용을 자제하자.
이 글이 무사히 발행된다면 다음 시간에는 ‘개새끼’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