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4일 서울 도심시위 때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전남 보성농민회 소속 백모(69)씨가 뇌진탕을 입고 중태에 빠진 데 대해 경찰과 집회 주최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주최 측과 야당은 경찰이 내부 지침까지 어겨가며 가까운 거리에 있던 백씨의 상반신을 겨냥해 물대포를 직사했고, 백씨가 쓰러진 후에도 계속 사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은 규정 내에서 물대포를 쏜 것이며, 당시 경찰관의 과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지만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나면서 당시 상황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6일 이 문제와 관련해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었다.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실려나가 구급차를 타고 가는 일련의 상황이라며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은 여러 '버전'이 있는데, 세간에 알려진 것과 실체가 다소 다른 것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우선 백씨가 구급차에 타고나서도 물대포가 따라가 구급차를 때리는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은 잘못 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백씨는 곧바로 뒤쪽으로 실려가 160m 떨어진 곳에 있던 구급차에 탔기에 살수차의 사거리에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물대포가 구급차를 맞추는 영상은 다른 상황에 찍혔다는 것이다.
▲ 백씨는 버스에 건 밧줄을 끌어당기다가 물대포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불법폭력시위를 벌이다 물대포를 맞은 것이다./사진=연합뉴스 |
이날 경찰은 당시 백씨를 맞춘 물대포의 호스 끝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살수차 안에 탄 경찰관이 물대포를 작동할 때 보는 모니터에 전달되면서 동시에 녹화된다. 즉, 이 영상은 당시 물대포를 조작한 경찰관이 바깥 상황을 본 내용과 같다.
이를 보면 당시 백씨는 버스에 건 밧줄을 끌어당기다가 물대포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백씨가 밧줄을 당기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물대포를 맞았다는 내용의 영상이 돌고 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밧줄을 당기지 않았지만 물대포를 맞고 넘어진 사람은 따로 있으며, 그는 일어나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백씨 등 시위대는 작게 보이는 반면 카메라 바로 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살은 상대적으로 커 보였다. 이 때문에 백씨가 물을 맞는 것은 보였지만 쓰러지는 장면은 물줄기에 가려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 규칙'에는 사람에게 직사할 때는 상반신은 피하게 돼 있다. 화면상 백씨는 작은데 물대포는 훨씬 커 상하반신을 구별해 조준하라는 규정 자체가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이후 시위대가 백씨를 부축해 끌어내려는 장면은 인식됐다. 눈여겨보면 다른 시위자들이 쓰러진 백씨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든 장면을 알 수 있는 정도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백씨가 물대포를 맞은 것을 알면서 그 장면을 유심히 보면 그런 모습이 눈에 띄지만 계속 물대포를 가동하던 경찰관의 눈에는 띄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살수차 안에 있는 경찰관이 가로 15㎝, 세로 12㎝의 조그만 모니터에 의존해 바깥 상황을 보면서 물대포를 쏘는 것 자체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당시 살수차는 2인승이었고, 탑승했던 경찰관 2명이 모두 모니터로만 상황을 보고 있었다. 백씨가 쓰러진 사실을 살수차 안으로 알려준 경찰관은 없었다.
경찰은 이런 물대포 조작이 내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물대포를 쏜 경찰관들은 물살의 세기를 2천500∼2천800rpm으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이 파악한 물대포와 백씨의 거리는 20m이며, 집회 참가자들은 백씨가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물대포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17일 경찰은 살수차와 그에 달린 물대포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보여주겠다며 언론을 상대로 시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