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피고인 박춘풍(55·중국 국적)씨가 16일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사이코패스' 감정을 위한 뇌영상을 촬영했다. 법원은 박씨의 뇌영상을 분석해 살인의 고의를 따져보고 항소심 양형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호송차를 탄 박씨는 이화여대 산학협력관 지하 주차장을 통해 건물 1층에 있는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감정은 20여분 뒤 시작됐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흰 마스크를 쓴 박씨가 손에 수갑을 찬 채 교도관들에게 둘러싸여 소변검사를 받기도 했다. 연구원은 내부가 보이지 않게 유리문에 종이를 붙여 가리는 등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 박씨의 변호인인 김상배 변호사는 취재진에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 박씨를 자극할 수 있는 내부 취재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수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박씨는 1심에서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았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이코패스 진단이 나오면 대체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돼 중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박씨는 1심부터 항소심까지 살인 의도가 없었다며 폭행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 진행한 박씨의 사이코패스 진단의 타당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 토막살인 박춘풍, 1심서 사이코패스 진단 나오자 뇌영상 감정 요청…한 달 뒤 촬영 결과가 나온다./사진=SBS그것이알고싶다 방송영상 캡처 |
이를 받아들인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이달 9일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 박씨의 뇌 영상 촬영을 통한 사이코패스 정신병질 감정을 의뢰했다. 이 정신감정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하며 다양한 질문과 사진을 제시했을 때 박씨의 뇌가 활성화하는 부위를 기록·분석하는 방식이다.
박씨가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눈을 다쳐 현재 '의안'을 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재판부는 그의 두뇌에서 손상된 '안와기저부'(눈 바로 뒤 뇌의 일부) 등이 일반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 부분이 다치면 충동 조절 등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박씨 측 주장이다.
'토막살인' 박춘풍 뇌영상 재판에 첫 활용
박씨가 당시 어떤 심리상태에서 범행했으며 그런 상태를 유발하는 근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분석해 범죄의 고의성 여부 등을 따져 양형에 반영한다.
전문의의 문답형 정신감정 대신 뇌 영상 자료를 직접 재판에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은 법학·경제학·경영학 등에 뇌과학을 적용해 새로운 뇌융합과학을 연구하기 위한 곳으로 2012년 4월 개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끝나는 박씨의 검사 결과는 약 한 달 뒤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