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중국인 판징후이(樊京輝·50)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며 유럽에 국한돼있던 적개심이 중국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중국인 판징후이(樊京輝·50)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며 유럽에 국한돼있던 적개심이 중국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사진=YTN 뉴스 캡처 |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 중국 외교부는 훙레이(洪磊) 대변인 명의의 공식성명에서 이례적으로 거친 수사들을 동원해 IS의 중국인 처형을 맹비난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군이 국제사회의 'IS 타격전'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성명에서 "인류양심과 도덕적 최저 한계선 무시", "잔악 무도한 폭력적 짓거리", "인간성을 상실한 폭력 행위"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APEC 정상회의(18∼19일)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인 살해 사실이 확인된 직후 즉각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외국 방중 기간 국내 사안에 입장을 발표한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까지 본격적으로 가담한 국제사회의 IS 타격전에 동참할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적 테러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외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국외 군사작전에 신중을 기해온 것과 관련이 적지 않다.
중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과 관련해 주권국가 안에서 벌어진 분쟁은 대화·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중동 군사 개입을 비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내정 불간섭' 원칙에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방안보포럼에서 '관련국 동의'를 전제로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이 외국에서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반테러리즘법'(반테러법)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국제테러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또 하나의 배경은 그동안 중국 내에서 소수 민족의 분리독립 운동과 연관된 크고 작은 테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테러보다는 국내테러에 대한 대응이 더욱 시급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신장(新疆)에서 활동하는 테러 용의자들이 위조여권 등을 이용해 시리아, 이라크로 들어가 IS로부터 훈련을 받은 뒤 다시 중국으로 입국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IS 문제는 이제 더는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됐다.
물론, IS의 이번 중국인 처형 사건으로 중국이 IS 타격전에 동참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은 테러리즘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테러에 대한 이른바 '이중잣대'를 문제 삼아왔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이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테러 사건을 억압적인 소수민족 정책과 소수민족의 독립운동과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점을 테러에 대해 '이중잣대'라고 비판해왔다.
최근 파리 테러에 대해서도 "중국은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반대하고 프랑스 및 국제사회와 안전영역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반테러 문제에서 '이중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IS에 의해 자국민이 잔인하게 살해된 이번 사건은 IS 비난 여론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이 하나의 외교적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홍콩 봉황(鳳凰)위성TV가 이날 누리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이 IS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8명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