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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를 격퇴하는 거의 유일한 열쇠는 북한 김정은?

2015-11-23 09:4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
파리 테러는 9.11을 능가한다. 예전만 같진 않지만 그래도 유럽 문명사에서 파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뉴욕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화의 '성지' 아닌가. 그곳이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의해 쑥대밭이 된 것은 프랑스가 아니라 유럽 전체에 대한 테러다.

‘마시멜로’라 불리던 올랑도 대통령의 결단력은 상징적일만큼 과감했다. 수일 만에 용의자들과 추가 테러범들을 사살, 체포한 것과 동시에 단호히 곧바로 IS 본거지를 맹타격하고 핵 항모까지 중동지역으로 급파했다.

대한민국의 모 대통령처럼 진상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느니 주변국과 논의하겠다니 하는 변죽이 없다. 독자 군사행동을 전광석화처럼 추진한 것이다. 이는 올랑드 대통령 개인의 성격(personality)이 아니라 프랑스가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보여주는 보편적 시각이다.

그렇다. 국제정치란 이런 것이다. 아무리 뜻이 선하고 신사적 질서를 선호한들, 남의 손을 빌리지않고 단독으로 응징할 수 있는 힘이 진짜 힘이다. 국가는 ‘진짜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3일만에 전폭기를 동원한 '보복'을 개시할 수 있는 것은 국력과 일관된 국민적 지지가 바탕에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인간이든 조직이든 위기가 닥치면 진면목이 드러난다. 잘 이해도 안되는 '포스트모던'한 자유만 분방한 줄 알았던 프랑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란 어때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전세계를 상대로 담대한 테러를 벌이고 있는 IS를 박멸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줄 것 같다. 테러리즘을 민족해방이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던 시절이야 ‘한 사람의 테러리스트는 다른 사람의 자유의 투사’라고 불리기도 하였지만 IS류의 테러는 황망하고 무고한 폭력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기존의 테러 이론으로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애매한 무정형의 대량살상과 파괴를 전세계적으로 퍼트리는 양상이다.

전세계 이목이 시리아와 파리에 머물고 있는 지금, 저 북한의 젊은 지도자에게 귀띔해주고 싶다. 어쩌면 지금이 미궁에 빠진 북미관계를 뒤짚고, 오리무중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부정적이기만 한 전세계인의 대북인식을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 해도 될만한 결정적 ‘신의 한 수’를 찾을 수 있을 때라고 말이다. 막후의 안보참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 파리 테러는 9.11을 능가한다. 예전만 같진 않지만 그래도 유럽 문명사에서 파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뉴욕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화의 '성지' 아닌가. 그곳이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의해 쑥대밭이 된 것은 프랑스가 아니라 유럽 전체에 대한 테러다. /사진=MBN 캡쳐
수신: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안보 핵심 일꾼 앞


지금이야말로 당신네 평양의 젊은 지도자 동지가 마음만 먹는다면 전세계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오. 북한의 최정예 게릴라 부대, 특수부대를 시리아에 파병하라고 조언해 보시오. IS를 격퇴할 지상군을 보내겠다는 제안을 UN과 미국에게 발표하는 거요.
(물론 수송과 물자보급, 인건비는 모두 달러로 지불해 달하라는 현실적 계산도 하고 작전 성공 후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조건을 달아도 좋소.)

북한으로선 잃을게 없는 카드 아니오? 전세계가 IS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마당에 거의 유일하게 IS의 발이 닿지 않는 땅이 북한 아니겠소?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으로 불리고 지금은 핵 문제로 손발이 꽁꽁 묶여 있지만, 일단 핵 문제와 분리하여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미국을 대신해 시리아 현지에 파병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보는 거요.

중국, 러시아,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불량국가로 낙인 찍은 미국이 당신들의 전격적 행보에 오히려 '뻘쭘'해지지 않겠소?

한번 상상해 보시오.
북한 지상군을 미군 공군기가 엄호하고 프랑스 항공모함이 측면 지원하며 영국 후송부대가 보급을 책임지는 연합작전이라니 가히 상상도 못하던 일 아니겠소? 뭐, 이 정도 발상의 전환은 해야 젊은 지도자의 결단이라 할만하지 않겠소? 정작 고민은 당신네 지도자의 제안을 받을 미국의 몫이 될게요. 과연 '적(?)과의 동침'까지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겠소?

그럼 당신이 모시는 젊은 지도자 동지는 미국으로선 받자니 거북하고 안받자니 아쉬운 상황을 연출하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오. 아마 북한에 대한 전세계의 부정적 이미지 대부분은 씻길 거요. 어쩌면 베일에 쌓여 있는 당신네 용맹 무쌍할 북한 특수부대에 대한 '팬덤현상'마저 일지 모를 일이오.

말이 나온 김에 솔직히 덧붙이자면 당신네 특수 부대야말로 제대로 먹지 못해 기운이 좀 빠져서 그렇지 사실 일대일 전투력으로는 아마 세계 최강 아니오? 더구나 그대들은 이미 남들은 쓰지도 않는 목함지뢰, 조악하지만 실용적이기 그지없는 무인정찰기 등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필살기가 가득하니 어쩌면 전세계에서 가장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작전수행이 가능한 부대 아닐까 기대하는데 어떻소? 해볼만하지 않겠소?

더구나 IS로부터의 보복이 가능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체제 아니오? IS 테러리스트 놈들이 북한에 오고 싶어도 입국할 수도 없거니와 따로 인질로 삼을 만한 북한인들이 외국에 많지도 않기에 IS의 위협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북한 아닐까 싶은데…

사실 이런 기회는 10년 전 당신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국방위원장하던 시절에도 한번 있었소. 당시는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한창 치르던 시절 아니오? 난 그 때 당신네 선대 지도자 동지가 전격적으로 최정예 북한 인민군을 이라크에 투입하겠다는 제안을 미국에 하길 바랬었소.

이제 젊은 지도자인 그 아들에게도 천운 같은 기회가 온 것이오. 이건 핵 비확산 문제로 더 이상 당신네하고는 상종도 하기 싫어하는 미국을 고민(?)하게 만들 절묘한 제안인 거요.

만일 미국이 받아들인다면 정작 위험에 빠지는 것은 대한민국이오. IS테러종자들이 남한-북한을 구분이나 하겠소? 그냥 같은 ‘꼬레아’일 뿐일게요. 보복의 위험에 노출되는 건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란 말이오. 그럼에도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당신네 젊은 지도자 동지가 ‘발상의 전환’이란 걸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오.

‘내치’를 위해 군대를 파병한 사례는 동아시아 역사에서만도 실로 무수하다오. 그런데 IS는 전세계 공동의 ‘적’이니 당신네라고 마다할 이유가 있겠소. 다행이 아직까진 북한이 IS와 연루됐단 증거는 없으니 더 늦어지기 전에 과감한 제안을 한번 하라고 조언해 보시구랴.

이걸로 당신네 젊은 지도자가 아무래도 미친 모양이라고 치부할 나라나 정치인은 없을 거요. 오히려 세계를 깜짝 놀랠 빅 카드라는 점, 생각해 보시오. 당신네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결단력이라면 충분히 추진하고도 남음이 있는 일 아니겠소?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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