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조선소는 홀로서기 중 '눈물의 생존'

SPP조선, RG발급 중단된 채 매각 절차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국내 중형조선소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주길 조차 막힌 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대형 조선소에 대규모 지원금이 투입되는 것과는 다른 현실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P조선소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서울보증보험 등 채권단은 다음달 4일까지 SPP조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

▲ SPP 사천조선소. /사진=SPP조선 홈페이지

하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을 중단한 상태에서 매각을 진행해 불리한 입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RG는 조선소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선박을 건조하다가 납기 안에 배를 인도하지 못할 때 금융기관이 선수금을 돌려준다는 보증서다.

채권단은 지난 9일 SPP조선이 수주한 유조선 8척에 대한 RG 발급 안건을 부결 처리한 바 있다. 사실상 SPP조선의 수주길이 막힌 것이다.

SPP조선 근로자들은 탄원서를 통해 “지난해 이후 채권단 통제로 신규 선박 수주가 이뤄지지 않아 근로자 3000여명과 가족 1만여명이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또한 채권단 관리 이후 SPP조선은 원가절감을 위한 전사적 노력, 50% 인원감축 등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요구도 없이 오로지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고 밝혔다.

SPP조선은 석유제품 운반선(MR탱거선) 건조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평가받으며 순항하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세계경제 불황과 무리한 계열사 투자로 지난 2010년부터 채권은행단의 관리를 받으며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신인석 SPP조선 근로자 대표위원은 “채권단회의가 열린 지난 20일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만나 RG발급을 요청했다”며 “궁극적으로 은행이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은 “채권단의 공인을 받은 회계법인에서 평가한 결과, 최근 수주한 유조선 8척은 흑자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RG발급이 거부됐다”며 “회사가 수주를 통해 계속 운영되는 방향으로 가야 인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수주를 끊어놓고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SPP조선은 올해 상반기 341억원의 영업이익과 1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3분기 기준 영업이익 746억원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RG를 발급하는 방향으로 채권단들을 설득하고 안건도 돌렸지만 끝내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각할 때 물량이 없어서 선재가 비면 매각자 입장에서도 비용으로 부담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파는 쪽은 채권단이다. 그 동안 일반대출로만 약 1조4400억이 SPP조선에 투입됐다. 채권단은 RG를 끊어주는 것 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