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복면 뒤에 숨은 폭력·불법시위 가면·마스크를 벗겨라

2015-11-25 10:0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집회·시위가 갈수록 집단화, 조직화, 폭력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그로 인한 경찰버스 등 공공기물 파손과 경찰들의 인명피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이 입는 피해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우리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불법폭력을 저지른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도록 해야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하되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경찰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에 유감을 표하고 주도자 및 가담자를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등 주요 단체를 비롯해 핵심 주동자와 행위자를 사법처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의지나 노력과는 달리 법·제도적인 측면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불법폭력 행위에 대한 공정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장 돌아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피해 현황과 그에 따른 민·형사상의 사법처리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살펴보고, 불법폭력시위로 공공에 손해를 입힌 주체에 대해서 사후책임을 엄격히 물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25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30호에서 ‘불법폭력시위 주체에 대한 사후책임 강화 방안’ 집회시위문화 개선 제 2차 연속토론회를 열었다. 아래 글은 패널로 나선 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불법폭력시위 주체에 대한 사후책임 강화 방안

◇ 집시법 위반 실형(實刑) 0.2%뿐

대법원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909명 가운데 자유형(피고인을 구금하는 실형·금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4명(0.2%)에 불과했다. 대신 벌금형이 1122명(58.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년이 지나면 형 선고 효력을 없애주는 선고유예가 217명(11.4%), 집행유예가 164명(8.6%)에 달했다. 야간 옥외 집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영향으로 무죄나 면소(免訴)·공소 취소 등의 비율도 21%에 달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때 집시법 위반과 경찰 폭행 혐의가 함께 적용돼 9명이 구속됐다. 이와 별개로 경찰 버스를 부수거나 방화를 시도하다 구속된 사람도 5명 있었다. 그중엔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의경을 납치해 웃옷을 벗기고 폭행한 대학생, 망치로 경찰 버스를 때려 부순 남성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 과정에서 차량을 파괴하는 행위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 지역의 사회적 평온을 저해하는 소요행위다./사진=한국대학생포럼

작년 2월 17일 '이석기 유죄(有罪)'에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세 시간 가까이 인도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인 옛 통진당 간부들은 지난 19일 무죄판결을 받았다.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무죄 이유였다.

◇ 외국은 엄벌

법원은 "시위 참가자의 처벌 수위는 가담 정도와 경위에 따라 정해진다"며 "직접 경찰을 폭행하거나 기물을 부순 경우가 아니면 시위 주동자라도 법정형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 집시법 위반은 주동자의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로 규정돼 있다. 단순 참가자는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이 때문에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우리의 관대한 기준은 불법 집회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선진국들과 외국과 대비된다. 미국 워싱턴 D.C에선 시위대가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전원 체포하고 보석(保釋)을 허용하지 않는다. 영국은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경찰 버스를 부술 경우엔 폭동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 국민 불편, 심리적 피해는 838억 추산… 5년간 17조 날린 꼴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 14일 서울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민중 총궐기' 시위 때문에 영업을 망쳤다. 저녁 내내 세종대로 왕복 10차선을 모두 점거한 시위대는 이씨 식당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와 식당 입구까지 틀어막아 버렸다. 대규모 시위가 있다는 소식에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저녁 장사는 아예 공을 쳤다. 이씨는 식당 창문으로 시위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시위로 아예 식당 부근에 접근할 수 있는 길 자체가 다 막힌 셈이니 예약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고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 집회참가자는 경찰서장의 해산명령이 있을 경우 지체없이 해산하여야 한다고 집시법이 해산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의 불법폭력 시위대는 그 의무를 따르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을 마비시키는 불법 폭력 시위로 인한 피해는 '경찰버스 파손'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인근 식당·예식장 등 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한 식당 주인은 "시위 당일 가게 문을 닫을까 고민했지만 혹시나 싶어 문을 열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시위대가 법을 지켜가며 자기주장을 하고 해산하면 이런 일이 없을 것 아니냐"고 했다.

14일 서울광장 근처 예식장에선 결혼식 10여 건이 열렸다. 서울 도심 교통이 11시간 가까이 마비되면서 예식장에 오는 것을 포기하고 중도에 발길을 돌린 하객이 적지 않았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하객들은 예식장에서 500m나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야 했고, 결혼식이 30분 넘게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불법 폭력 시위 1회당 890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시민의 이동 불편·심리적 피해로 인한 손실(838억5000만원)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시위 장소 부근 식당 등 업체들이 입는 직접 손실도 48억5000만원가량에 달한다. 시위 대응을 위해 경찰이 지출하는 비용(1878만원), 차량 정체로 인한 교통 손실(1억2500만원), 주변 대기오염으로 인한 손실(480만원)도 적지 않다. 연구소는 지난 2011년부터 올 10월까지 약 5년간 불법 폭력 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1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 불법폭력 일삼는 복면 시위 당장 法으로 금지해야 한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건 복면(覆面) 시위대였다. 철제 사다리로 경찰을 찌르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불법 시위자는 하나같이 두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검은 복면에 고글까지 쓰고 새총을 쏜 이도 있었다. 이들이 얼굴을 가리는 목적은 맘껏 폭력을 저지르고도 신분을 숨겨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 복면 그 자체가 법치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그걸 용인해왔다.

   
▲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개최한 정부 규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버스를 가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독일은 복면 시위대의 폭력 시위가 문제가 되자 1985년 형법을 바꿔 시위나 집회에서 복면을 쓰는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그리고 미국 15개 주(州)도 복면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17·18대 국회 때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세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그때마다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하고 시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와 인권위 등의 반대에 밀린 탓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집회가 합법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국민의 권리이다. 폭력과 불법을 숨기기 위해 복면을 하는 시위대야말로 헌법을 악용해 범죄를 은폐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런 불법 시위자를 가려내기 위해 복면을 금지하는 것을 인권 침해라고 반대하는 논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난동을 일삼는 복면 시위를 계속 허용할 경우 평화로운 삶을 침해당하는 다른 시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폭력 시위로 피해당하는 시민의 인권보다 불법 시위대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폭력 시위대의 복면을 반드시 벗기는 법 조항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 집시법 위헌론 합헌론 - 복면금지 등 집시법 개정 보완을 기대하며 - 졸고, 공법연구(제38집 제3호, 2010.3) 참조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