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
현대차 관계자 말에 따르면 "한 시간 부분파업을 하면 100억 원, 전면파업 때에는 매일 1000억 원씩 손해"라고 한다. 현대차의 최근 상황은 녹녹하지 않다. 총매출액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에서 계속 매출이 줄고 수입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시장점유율도 50% 대에서 38%대로 추락했다.
현대차가 차 한 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미국 공장은 15.4시간, 중국 공장은 18.8시간임에 비해 국내공장에서는 30.5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이런 최악의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국내공장의 시간당 임금은 미국의 39달러보다 높다. 결국 10여 년 전 95%이었던 국내생산비중이 지난해에는 국내 45%, 해외 55%로 역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국내에서 늘어나야 할 일자리를 해외로 빼앗기면서도 노조는 회사의 처지는 안중에도 없이 그들의 철밥통을 부풀리는 데만 혈안인 것이다.
서울시 근무 특별수당 달라는 서울시공무원노조
▲ 지난 9월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현대차 노조./사진=SBS 캡쳐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처럼 최근에는 서울시공무원들이 황당한 요구를 들고 나왔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가 서울의 생활비가 비싸다며 18%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국회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에 입직한 공무원의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인데다 특히 서울시공무원의 경우 타 지역보다 생활비가 더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서울시공무원에 대해서는 대도시 근무수당을 신설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에게 ‘서울시공무원 생활임금 법제화’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서울시가 지난 9월 서울시민의 최소한의 거주비용 수준을 타 지역보다 높게 책정해야 한다며 지난 6월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5580원)에 18% 가산한 금액(6582원)을 내년도 ‘서울형 생활임금’으로 고시한 것을 근거로 한 것이다. 생활임금제는 새민련 소속 지자체장들이 '새정치민주연합 지방정부 10大 공통약속' 이행 방안 중 하나로 내세운 정책으로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는 이미 지난해 관할 비정규직 노동자에 시간당 6850원을 주는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생활비가 더 비싼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이 지역 근로자들이 더 높은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모순이 생긴 셈이다.
공무원의 봉급이 다른 민간기업의 급여수준에 비해 낮다고는 하지만, 공무원들은 민간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분, 지위, 특혜 등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서울시공무원에게만 물가를 고려한 수당을 줘야 한다는 것은 아전인수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공무원 주장대로라면, 서울보다는 물가가 덜 비싸지만 지방 소도시보다는 비싼 대도시들의 공무원 처우나 벽지(僻地) 지역 근무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벽지수당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통 및 문화, 교육시설이 불편한 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근무의욕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역에 따라 매월 일정액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벽지수당(특수지근무수당)이 있다. ‘소득세법시행규칙 제7조(벽지의 범위)’에서 ‘벽지(특수지)’로 인정되는 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 교직자, 광업종사자, 의료인 등에 대해서는 벽지 등급에 따라 월 30,000~60,000원이 지급되며, 세법에서는 이러한 벽지수당에 대해 월 20만원까지 비과세를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공무원의 특별수당 요구와는 대조적으로 이런 벽지수당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경찰공무원들도 있다. 매월 3만원의 자신들의 도서(島嶼)벽지수당을 모아 관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위문활동을 하고 있는 고흥경찰서 금산파출소 직원들의 얘기다.
서울시공무원은 국가가 서울 근무를 명(命)한 공무원이 아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청년지원정책과 관련해 청년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열린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무원은 임용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국가공무원(국가직공무원, government official)'과 '지방공무원(지방직공무원, local public official)'으로 구분된다. 국가공무원이라 함은 광의로는 국가의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공무원을 말하며, 행정, 입법, 사법에 종사하는 모든 공무원을 지칭한다(헌법 제7조). 그러나 협의로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공무원만을 말한다. 지방공무원이라 함은 국가공무원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을 지칭한다. 지방공무원에 관한 임용·권리·의무·책임 등은 지방공무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거주지에 상관없이 본인의 희망과 자격요건에 따라 스스로 국가직공무원(국가 소속)이나 지방직공무원(서울시 포함 지방자치단체 소속)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국가직공무원은 대체로 격무에 시달리며 2~3년 주기로 전국을 순환 근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에, 지방직공무원은 소속 시/군 내에서 근무하는 장점이 있어 기혼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시공무원은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지방직공무원이다.
이처럼 정부가 강제로 서울시 근무를 명한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장점이나 혜택을 좇아 본인 스스로 치열한 경쟁을 무릅쓰고 서울시 근무를 택한 사람들이 서울시의 물가를 이유로 별도의 수당을 달라는 것은 순리(順理)에도 맞지 않는다. 최근 서울연구원(전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59만 가구 중 따로 사는 가족이 있는 '분거(分居) 가구'가 전체 가구의 12.3%에 달하는 44만 가구였다. 이들 분거 가구 중 가족이 국내에 사는 경우가 89.4%에 달했고, 서울에 홀로 사는 기혼자의 70% 가까이가 직장 때문에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이 가족과의 분거를 감수할만한 장점과 혜택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전국의 땅값과 집값은 도시, 지역과 위치, 주위환경과 생활여건, 인구, 수요와 공급의 원칙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들은 이러한 요인들과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춰 거주지를 선택한다. 서울의 비싼 생활비를 이유로 생활비 보조를 요구하는 서울시공무원들은 만일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주거비 보조금을 요구한다면 뭐라 말할 것인가? 더구나 강남지역보다 주거비 등 생활비가 훨씬 싼 지역의 근로자들이 더 높은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방 가느니 차라리 그만두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퇴직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과 배우자 직장 문제 등으로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생각이 없거나 홀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나홀로’ 직장생활은 하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지방이전 공공기관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방혁신도시로 86개 공공기관의 3만125명의 직원이 이전했으며, 지방 이전 후 지난 8월말까지 총 1384명이 퇴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두 명 중 한 명꼴인 693명이 위와 같은 이유로 스스로 희망퇴직을 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이전이 공공기관을 그만두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공무원노조가 대도시 근무수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방 가느니 차라리 그만두죠”라는 말처럼 서울의 생활비가 비싸더라도 서울 생활에서 얻는 나름대로의 매력과 혜택 때문에 서울을 떠나지 않으려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서울시장의 ‘회빈작주(回賓作主)’
이런 어수선함 속에 지난 11월 10일 서울시가 27조4531억 원의 내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7.6%(1조 9347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 10월 한 달에 걸친 ‘일자리 대장정’ 후 내놓은 사업에 1903억 원을 배정한 것과, 저소득층 미취업청년 3000명에게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9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이다.
서울시가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년간 약 500억 원을 들여 일부 미취업청년들에게 최장 6개월간 교육비와 교통비, 식비 등 활동보조비용으로 월 50만 원씩 준다는 것이다. 그간 영유아보육 예산이 없다며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서울시장이 청년 일부(전체 대상자 50만 명의 0.6%)에게 용돈으로 환심을 사려한다는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이다.
이 뿐 아니라 내년 예산안에는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에도 232억 원이 배정되어 있다. 디지털중앙일보가 서울역고가 공원화 계획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 의견이 989명(88%), 찬성 의견이 132명(12%)으로 반대가 찬성보다 무려 7배 이상 많았다. 청계천 복원 때와는 달리 서울시민 태반이 반대하는 데도 서울시장은 “사람들이 반대하면서 오히려 사업이 유명해졌다. 완성되면 청계천복원사업 정도의 효과가 나지 않을까”라며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불편과 불만이 끊이지 않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시위 천막은 놔둔 채 시민 불편을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 설치까지 반대하면서 이런 사업들에 세금을 쓰겠다는 서울시장의 회빈작주(回賓作主)는 대선용 포퓰리즘 업적 쌓기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지 않은가?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