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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중소기업 인력난⑤]중소기업 사장의 탄식 "일할 사람 없는데 청년수당이라구?"

2015-12-04 10:34 | 신진주 기자 | newpearl09@mediapen.com

'9988'.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다는 사회적 통론이다. 이 말처럼 국내 경제인구의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과 관련이 있다. 중소기업이 건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건강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이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중소기업은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1% 외환위기 이후 15년 7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청년 일자리는 없고 중소기업은 인력이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구직난 속 구인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2015년 겨울,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과 기대의 경계선을 뒤쫒아본다. <편집자주>

[긴급진단 - 중소기업 인력난⑤]24시간 공장은 계속 돌아가는데…사람 없어 '절절'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 추진 비난 "청년들 생산직 유입 돕는 제도 시급"

[미디어펜=신진주 기자]"실업률 높다, 실업자가 많다고 그렇게 떠들어도 실질적으로 일할 사람이 없다. 조그만한 중소기업은 생산직 사람 구하기에 전부 골치를 섞는다."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검단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 제조업체 영동화학의 이상진 사장은 인력난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영동화학은 작년 9월부터 시작된 건설 붐으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매출이 올랐다. 영동화학은 건축용 PVC, 몰딩 등을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 "'실업률 높다, 실업자가 많다' 그렇게 떠들어도 실질적으로 일할 사람이 없다. 조그만한 중소기업은 '생산직 사람' 구하기에 전부 골치를 섞는다."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검단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 제조업체 영동화학의 이상진 사장은 인력난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영동화학 전경/미디어펜

수익이 나아져도 이 사장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이 사장의 골머리를 섞고 있는 것은 바로 인력난이었다. "사람이 없어 절절 매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3D업종에 해당하는 생산직 근무자가 절실히 필요한 그. 24시간 2교대로 공장은 계속 돌아가는데, 도무지 일할 사람을 구해지지 않았다. 크게 힘쓰는 일이 아니고 50대 이상도 견딜 수 있는 업무 강도, 초보자도 가능하지만 연락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야간 근무를 누구도 선호하지 않아서다.

이 사장은 "현재 실업자는 많아도 고된 일, 험한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아예 쳐다도 안 본다"며 "길게 봤을 때 이 문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전부 앉아서 컴퓨터만 만지고(사무직)하는 일을 좋아하지, 현장에 직접 가서 일할 사람이 없다. 그건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현재 100% 풀가동되고 있는 공장엔 사람이 부족해 일용직 구해서 몇일 만 일해 달라고 부탁하는 실정이다.

공장에서 근무해야하는 최소 인원이 있는데, 사람이 빠지면 그 자리를 채우기 정말 어렵다고 말하다. 교차로, 지역 신문 공고와 온라인, 나라에서 운영하는 고용안전센터에 의뢰하며 적극적으로 사람을 구해도 가뭄에 콩 나듯 연락이 온다. 결국 급하니 일용직 연결해주는 중개소 번호를 찾는다.

그는 일용직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하루 나와서 담배피우고 커피 마시고 하다가 계약 시간이 끝나면 바로 나간다.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5시가 되면 손 씻고 바로 나간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이 사장은 "일용직으로 한 달 일해도 180만원 이상은 받는데, 회사에 매여서 200만원 받으며 주야간 교대로 해야 한다면 누가 하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일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니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일용직 시장으로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 현재 100% 풀가동되고 있는 공장엔 사람이 부족해 일용직 구해서 몇일 만 일해 달라고 부탁하는 실정이다./미디어펜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와 복지수준 등을 감안할 때 무조건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것은 아니라며 중소기업 스스로가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좋은 고용환경과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장은 말한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큰 회사의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6000~7000정도되는 고액 연봉을 받기 때문에 3D여도 그나마 하지만 이런 작은 소기업들은 고작 해봐야 4000~5000의 연봉밖에 못준다. 대기업처럼 많이 준다고 하면 일한 사람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으나 그렇게 줄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영동화학은 1983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고용안전센터에 외국인노동자 2명을 신청했다.

이 사장은 "망치 쥐고, 톱 들고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청년들이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며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며, 15년 뒤에 우리나라가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줬음 좋겠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생산직에 특혜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청년실업수당 지원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청년수당 사업은 만 19~29세의 청년 또는 미취업자나 졸업예정자 중 중위소득 60% 이하의 저소득층 청년 3000명을 선정해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 이내의 청년활동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장은 "요새 사람들 생각이 많이 변했다. '일단 쓰고 보자, 고생은 안하고 돈은 많이 벌고싶다'라고 생각한다. 현재 청년들이 서비스직을 선호하고 3D업종을 기피하는 것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적게 주니깐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수당 50만원을 준다는 사업을 추진하기보단 현장에 뛰어들도록, 생산직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관에서 생산직(현장)에서 일을 하면 기관에서 돈을 보조해주는 형식이 되면 청년들이 생산직에 눈을 돌릴 것이고, 자연스레 실업률도 떨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산직에 특혜를 줘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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