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외교부 주도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회의 개최를 논의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반도정책 및 남북관계에 관한 것은 주권의 영역”이라며 “그래서 동맹국과 협의할 주체는 통일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0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통일부가 미국 당국과 대북정책과 관련해 필요 시 그때그때 긴밀하게 공조해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나라와 외교적 소통채널의 주체는 외교부지만,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북정책과 관련한 대미 논의에선 통일부가 빠질 수 없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외교부는 정부가 미국과 대북 관여 방안을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조율하기 위한 협의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은 대북정책 전반에 있어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 중이며, 한미 간 정례적인 정책 공조 회의 개최 방안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실무 차원의 논의가 진행돼왔다고 전했다.
이는 대통령실이 지난 7일 밝힌 ‘내년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한다’는 방침과 관련한 것이다.
정 장관의 10일 발언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대북정책과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과 관련해 외교당국간 긴밀한 소통 채널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타부처와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한 호텔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1./사진=통일부
이어 “보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해야 될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하고 있다”며 “세부 사안에 관해 미국 측과 얘기해서 앞으로 좀 더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지향 평화적 두국가론’에 통일·평화 다 포함, 정치적으로 왜곡 말라”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정 장관은 또 최근 한미훈련 변화 가능성을 두고 국내 동맹파와 자주파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다 다르다”는 말로 통일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남북대화를 위해 한미훈련 중단 또는 축소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의 문을 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언급이셨다”고 설명하고,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면, 통일부는 평화·인도·교류 우선주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부처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갈등으로 보지 마시고 각 부처가 할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면서 “유엔에 가입한 국가 중 통일부가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통일부는 헌법 4조에 따라서 평화통일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정부기관이다”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통일 지향 평화적 두국가론’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적 공존하는 사실상 두 국가로 정립하는 것이 평화적 두국가론이다. 이는 (내가 장관이 되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부터 쭉 유지되어온 우리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일 지향, 평화적이라는 표현은 빼고 그냥 통일포기론이다. 두국가가 웬말이냐라고 왜곡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인 왜곡이고 오해다”라면서 “평화적 두국가는 평화공존 두국가와 같다.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통일부가 갤럽에 의뢰해서 성인 1000명에 대해 여론조사했더니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국가 관계에 대해 7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핵 없는 한반도’ 장기 목표로 견지, 우선 핵무기 생산 중단이 실질 해법”
이번에 정 장관은 내년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점을 북미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4월이) 평화로 나아갈지, 현 상태에서 머무를지 분수령이 되는 관건적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북미, 남북 간)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정세를 평화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한 호텔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1./사진=통일부
이어 “일각에선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야 대북 협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면서 “지난 20년 북핵 협상의 역사에서 네번의 대화·협상 국면과 네 번의 압박·제재·고립 전략이 있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모두 제재·압박·고립 국면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실효성 있는 평화 조치를 위해선 남북관계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북한이 무엇을 위협으로 느끼는지 객관적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하면서 “1992년과 1994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는 북핵 협상 진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2018년 한미훈련 연기는 한반도에 봄을 불러왔다”고 했다.
특히 정 장관은 “비핵화 논의의 딜레마가 있다. 비핵화를 강조할수록 목표에서 멀어졌다”며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핵문제 해결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며칠 전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와 중국의 군비통제백서에 ‘한반도 비핵화’가 등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지만 북한을 상대로 대화 입구에 들어서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 무너진 신뢰 쌓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 페이스메이커 기본 방침”
또 “트럼프 1기 때 17번 언급됐던 북한이란 단어가 이번 NSS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장기적인 목표로 견지하면서 우선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기 위한 대화로 국면 전환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현재는 판문점에 연락전화 채널조차 끊긴 상황이다. 대화의 복원, 평화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면서 “이 대통령 말씀처럼 바늘구멍이라도 뚫기 위해 일관되고 실천적인 화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 장관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말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의 기본 방침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제부터 2026년도엔 더 신발끈을 조여 매고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한미 간 조율뿐 아니라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조해 나갈 것이고, 일본의 협조를 위해서도 소통해나갈 생각이다. 그런 것들이 페이스메이커의 일환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