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카드론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된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시장 확대 여지가 큰 개인사업자 대출을 두고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2022년 4월 판매를 중단한 후 3년여 만에 다시 재개한 것이다. 금리는 연 4.5~19.9% 구간에서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BC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에서 주로 취급해왔으나 최근 들어 기업계 대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도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에 뛰어드는 것은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더불어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6·27 가계대출 규제를 도입하면서 카드론도 신용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한도는 전 금융권을 합산해 차주의 연 소득 100%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카드론은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도 포함됐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모든 가계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일괄 적용하면서 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됐다.
카드사들은 그간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신용판매 수익 악화를 카드론을 통해 상쇄해 왔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는 지난 12년간 가맹점수수료가 수차례 인하되면서 최소 9조2700억원, 많게는 25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2년 적격비용 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7년 최대 4.5%에 달했던 가맹점수수료율은 우대수수료율 기준 0.4~1.45%까지 떨어졌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5.8%로 사실상 대부분 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전용 카드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개인사업자는 꾸준히 고정지출을 일으키고 씀씀이도 상대적으로 커 우량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네이버 기반의 350만 개인사업자를 위한 ‘네이버페이 비즈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올 상반기 매출금액 연동 캐시백, 사업경비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KB 마이비즈 사장님든든 기업카드’와 절세를 돕는 매출 장부, 식자재 마켓, 금융 및 커뮤니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시노트 비즈니스 현대카드’를 선보였다.
또 하나카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경비성 매출과 관련된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하나 더 소호 카드’를 판매 중이며, 롯데카드도 주변 가게와 매출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해 제공하는 개인사업자 플랫폼 ‘샐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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