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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크림빵 아빠’…뺑소니사건 어떻게 됐나

2015-12-05 21:41 | 이상일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이상일기자] 지난 1월 10일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던 강씨가 이날 새벽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크림빵이 널려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까지 나서서 당시 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연합뉴스가 취재를 통해 밝혔다.

설이 갓 지난 2015년 1월 10일, 3개월 뒤면 태어날 첫 딸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온 강모(29)씨 부부의 행복을 뺑소니 운전자가 무참히 빼앗아 간 날이다. 사건의 정황은 이랬다. 크림빵은 만삭의 아내를 위해 강씨가 사들고 가던 빵이었다. 하지만 강씨의 목숨을 앗아간 허모(37)씨는 사고 직후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범인을 찾기 위한 경찰의 초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윈스톰 차량의 파편을 사고 현장에서 확보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제대로 된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엉뚱한 승용차를 용의 차량으로 보고 매달렸다.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비난을 받은 이유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의 힘
크림빵 들고 귀가하다 변을 당한 사연 알려져

임신 7개월 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들고 귀가하다 변을 당한 강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크림빵 아빠 사건'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선 것은 SBS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었다.

경찰이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신고보상금을 내건 가운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목격자를 찾았다. 당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자들은 “크림빵 뺑소니 범인 꼭 잡히길”, “크림빵 뺑소니 아빠 정말 안타깝다”, “크림빵 뺑소니 아빠 어떻하냐 진범은 진짜 자수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전국 곳곳의 네티즌, 시청자들에게 일파만파 전해졌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힘이 컸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은 사고 발생 17일 만에 뺑소니 현장 인근에서 윈스톰 차량이 찍힌 CCTV 영상을 뒤늦게 확보했고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만취한 음주운전자 허씨의 소행
허씨 진지한 반성, 피해자 유족의 선처 호소

경찰은 충남 천안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혀 윈스톰 부품을 취급하는 부품대리점을 조사해 뺑소니범 허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허씨는 같은 달 29일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려다가 아내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허씨는 이 사고 이전 벌금형조차 받은 적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당시 회사 동료 2명과 소주 6병을 나눠 마신 뒤 만취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게 탈이었다.

구속 기소돼 법정에 선 허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의 유족이 선처를 호소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양형에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그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0.162%로 추정했으나,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산정한 이 수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음주 운전' 범인 17일 만에 자수…1심서 징역 3년 선고
크림빵 뺑소니 사건, 남편 잃은 강씨 가족

크림빵 뺑소니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강씨의 아내(25)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아픔을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월 모 대학교 직원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고, 건강한 딸도 출산했다. 6개월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최근 복직한 그녀는 최근 중등교사 임용시험도 봤다. 대학 측은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그녀가 희망할 때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건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 것은 물론 경찰 수사 체계에도 큰 변화를 줬다. 경찰서 한 곳만으로 조기 해결이 벅찬 뺑소니 사건에 여러 경찰서가 공조하는 '뺑소니 광역수사대'가 만들어졌다. 뺑소니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광역수사대를 구성, 수사력을 집중함으로써 조기 해결하자는 취지다. 경찰청은 대전에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결과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중이다.

   
▲ 임신 7개월 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들고 귀가하다 변을 당한 강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크림빵 아빠 사건'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선 것은 SBS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의 힘은 해당 사건 해결에 있어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사진=MBC이브닝뉴스 영상캡처

뺑소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피의자가 100% 검거되는 성과도 나타났다. 올해 1∼10월 전국에서 발생한 125건의 뺑소니 사건 피의자 125명이 모두 검거됐다.

행정기관의 CCTV 방범망도 한층 촘촘해졌다. 청주시는 24억6천500만원을 투입해 범죄 취약지구와 도시공원·놀이터 및 어린이보호구역에 CCTV를 125대 추가 설치했다. 각종 범죄를 감시하는 CCTV 통합 관제센터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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