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서울 부동산 시장이 10·15 대책 이후 급속도로 냉각되며 전반적인 거래절벽에 빠졌지만, 하이엔드 주거단지만큼은 별도 시장처럼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규제 등 복합 변수가 겹치며 중저가 구축 단지 매수세는 크게 위축된 반면, 브랜드·입지·상품성이 검증된 프리미엄 단지에는 여전히 자산가들의 선택적 거래가 집중되는 양극화가 선명해지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규제 시행 이후 50일간(10월 16일~12월 4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900건으로 규제 직전 동기간(1만5059건) 대비 60.82%(9159건) 급감했다. 사실상 '거래 절벽' 수준이다.
그럼에도 강남·서초·용산 등 핵심 지역에서는 상위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체급별 선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같은 기간 3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320건에서 443건으로 38.44%(123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청담·반포·잠실 등 초프리미엄 입지는 가격 방어력을 넘어 신고가 거래까지 이어지는 등 하이엔드 시장의 견조함을 방증하고 있다. 올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에서는 지난 11월 15일 전용 111㎡ 입주권이 90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고, 7일에는 전용 84㎡ 입주권이 65억 원에 매매돼 9월 실거래가(61억5000만 원) 대비 3억5000만 원 상승했다.
2026년 1월 입주 예정인 '잠실 르엘'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신천동에 들어선 해당 단지 전용 84㎡ 입주권은 11월 3일 40억 원에 거래돼 9월 실거래가(33억 원)를 무려 7억 원 웃돌았다. 매수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시기에도 신고가 근접·경신 사례가 연이어 포착되는 것은 고급 주거 수요층의 자금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현 시장을 두고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단순한 거래 감소가 아니라 체급별 선별이 더욱 뚜렷해진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금리·규제·전세시장 불안 등 복합 변수가 존재하는 시기에는 '안전한 자산'에 대한 선호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입지가 뛰어나고 브랜드 경쟁력이 확실한 단지일수록 변동성 국면에서도 방어력이 유지되고, 거래가 이뤄질 경우 곧바로 최고가를 경신하는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강화로 인한 거래 절벽 속에서도 상급지·대장 아파트는 오히려 희소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으며 확실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2026~2027년 입주 예정인 신규 하이엔드 단지들도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