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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 ‘R&D 결실’…오픈이노베이션 10조원 시대 개막

2025-12-17 15:07 |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오픈이노베이션을 앞세워 10조 원의 기술수출 시대를 활짝 열었다. 올해 체결된 대형 글로벌 기술 이전들은 모두 적극적인 R&D(연구개발)의 성과로 한국 바이오가 주변 플레이어가 아닌 혁신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오스코텍 CI ./사진=오스코텍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체결한 기술수출 규모는 연간 1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상반기에만 8조5000억여 원의 계약을 기록해 2024년 연간 실적(약 5조5000억 원)을 상회했다.

지난 2021년 15조 원 수준이던 기술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2023~2024년 주춤했지만 2025년 들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단순 파이프라인 매각에서 플랫폼 기술 중심의 대형 거래가 잇따르면서 규모와 질이 동시에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번 흐름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가 바로 오스코텍과 아델이 공동 개발한 아델-Y01을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 이전한 것이다. 아델‑Y01은 알츠하이머병 핵심 병리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 가운데 라이신 280 부위의 아세틸화 형태(acK280)를 정밀 표적하는 인간화 단클론항체다.

독성 타우 응집과 뇌 내 전파를 억제하면서도 정상 타우 기능은 최대한 보존하는 설계로 기존 아밀로이드 베타 중심 접근과 차별화된 질병 수정 전략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에서 1상 임상이 진행 중인 초창기 단계임에도 선급금 8000만 달러를 포함해 마일스톤·로열티를 합산한 거래 총액이 10억40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글로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분석이다.​

ADEL‑Y01 딜의 구조는 한국식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후보물질 발굴과 작용기전 규명,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까지는 한국 바이오텍이 책임지고 이후 대규모 2·3상 개발과 글로벌 허가, 생산·판매는 사노피가 맡는 방식이다. 

이는 한국 기업은 초기 연구와 개념증명에 집중해 위험을 낮추고 글로벌 빅파마는 이미 검증된 혁신 기술을 도입해 임상·상용화 역량을 결합하는 대표적인 구조다.

혈액뇌장벽(BBB)을 넘는 기술도 기술수출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ABL바이오는 지난달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와  3조7487억 원 규모의 글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앞선 4월에도 영국 GSK와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약 4조 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 시킨 바 있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이용해 항체나 핵산의 뇌 내 전달을 돕는 이중항체 기반 플랫폼이다. 기존 항체치료제는 크기가 커 BBB를 통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 구조도 다수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협력 형태로 설계돼 향후 각 프로그램의 개발 단계에 따라 ABL바이오가 순차적으로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알테오젠 CI ./사진=알테오젠



올해 기술수출의 또 다른 특징은 단일 신약 후보를 넘어서 ‘재사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에도 수익성이 있다는 점이다. 알테오젠은 하이알루로니다제(ALT‑B4) 기반 피하주사(SC) 전환 기술로 머크(MSD)와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을 발판 삼아 정맥주사(IV) 항암제 키트루다를 수분 내 투여 가능한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키트루다 SC는 올 9월 미국 FDA(식품의약국),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승인을 연달아 따내며 30분 이상 걸리던 투여 시간을 1~2분 수준으로 줄였다. 정맥주사 인프라가 부족한 요양시설이나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환자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는 평가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는 리가켐바이오가 공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인 콘쥬올으로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1조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해 누적 기술 수출액을 10조 원을 넘겼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얀센과 암젠과 각각 2조2000억 원, 1조600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이사는 "이번 아델-Y01 기술이전은 오스코텍으로서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큰 이정표이다”라며 “향후 사노피에 의해 개발되는 아델-Y01이 빠른 시일 안에 전 세계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혁신적 치료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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