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5일 열린 제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불법폭력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는 행태는 여전했다. 도로 점거 및 교통흐름 정체유발은 물론이거니와 환자 수백 명이 입원해 있는 대형병원 앞에서의 농성과 고성어린 시위, 술판이 벌어졌다. 반정부 반박근혜 행위로 일관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5일 있었던 퍼포먼스 중 일각의 관심을 끈 사건은 시위에 참가한 청년들의 ‘국민 사퇴’ 선언이었다.
민중총궐기 대학본부, 알바노조, 청년좌파에 속한 젊은이들은 5일 오후 서울광장의 2차 민중총궐기에 합류하기 전, 청계광장 인근에서 주민등록증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나는 박근혜 국가의 국민을 사퇴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은 이들은 주민등록증 모양의 패널, 본인의 주민등록증을 잘랐다. 이들은 주민등록증을 자르면서 “박근혜 정부가 정부 입장에 반하는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며 무자비하게 잡아가는 현실을 꼬집기 위한 행사”라고 밝혔다.
좋다. 무엇이든 잘라라.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자르는 김에, 여권과 운전면허, 신용카드와 현금도 잘라라. 그리고 이민을 가라. 아니, 북한으로 가거나 그냥 지구를 떠나라. 혹여나 차후의 필요에 의해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지 말길 권한다. 만약 이들이 주민센터에 방문해 재발급 사유를 적을 경우 뭐라 적을 지 궁금하다. 재발급 사유를 ‘분실’이라 기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나라를 떠나라”는 얘기를 들어도 떠나지 못하면서 하찮은 악다구니질만 더한다.
▲ 박근혜 국가의 국민에서 사퇴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의 속민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오천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5년 전엔 이명박 국가의 국민이었고, 십년 전엔 노무현 국가의 국민이었다는 말이다./사진=연합뉴스 |
젊을 때 이런 짓 못해보면 언제 하나, 철이 들 때까지 내버려두자는 말도 나오지만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자른 젊은이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친구들이다. 국민이길 거부한다면 국가로부터 입는 혜택과 국민의 의무를 거부하면 된다. 하지만 이들은 집과 시위 집회 장소를 오가기 위해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 만든) 전철과 버스를 잘만 이용한다. 이뿐만 아니다. 자신들이 다니는 대학교에 정부의 지원금이 얼마나 들어가며, 그로 인해 대학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다.
민증 모형이든 자신의 진짜 주민증이든 주민등록증을 자르는 행위는 관심끌기용 퍼포먼스다. 문제는 ‘그 목적이 얼마나 합당하냐’다. 현재 경찰이 검거한 시위사범들, 젊은이들이 옹호하는 이 사람들은 명백한 불법폭력 시위꾼들이다. 이들은 쇠몽둥이와 밧줄, 새총과 시너 등의 온갖 폭력도구를 사전에 준비하여 불법폭력시위의 장을 마음껏 펼친 사람들이다. 경찰이 그어놓은 폴리스라인을 넘고 수십 차례의 경고방송을 무시하며 경찰버스 수십 대를 파괴하고 버스 안의 개인용품들을 노략질한 강도들이다. 박근혜 정부는 무고한 국민을 무자비하게 잡아가지 않는다. 죄지은 범인들을 법치에 따라 처벌하려는 것이다.
분명히 하자. 민중총궐기 집회가 내세웠던 11대 요구안 중 열에 아홉이 전체주의 사회주의 민중민주주의 투쟁, 재산권과 기업에 대한 부정, 공권력 유명무실화 등 국가전복 시에나 일어날 법한 주장이었다. 1990년에 태어난 이들이 1990년에 패망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청년좌파, 민중총궐기 대학본부 등 청년단체들과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나는 박근혜 국가의 국민을 사퇴합니다'라고 주장하며 주민등록증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등록증을 자르면서 “박근혜 정부가 정부 입장에 반하는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며 무자비하게 잡아가는 현실을 꼬집기 위한 행사”라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박근혜 국가의 국민에서 사퇴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의 속민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오천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5년 전엔 이명박 국가의 국민이었고, 십년 전엔 노무현 국가의 국민이었다는 말이다.
1948년 건국된 이래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약소국에서 15대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다. 우남 이승만 및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민 개개인의 노력과 땀이 어우러져 여기까지 걸어왔다. 박근혜 국가의 국민에서 사퇴하겠다는 이들의 문제의식은, 앞선 부모세대 조부모세대와 수천수만 개의 기업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을 밟고서 이룬 성취에 대한 모독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