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가전 업계의 인공지능(AI) 전략이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아울러 실제 사용자의 경험 완성도가 향후 가전 시장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람객이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복합문화공간 에케(ECKE)에서 진행된 라이프스타일 전시에서 삼성전자 2025년형 비스포크 AI 가전을 체험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사용자가 별도의 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가전들의 기능은 늘었지만 설정과 조작이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사용자 피로도를 높인다는 지적에 따른 추가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AI 가전의 비전을 '모두의 AI'로 제시하며 특정 연령이나 기술 이해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사용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의 AI는 지난 2024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처음 언급됐으며,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강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특히 복잡한 설정을 줄이고 UI를 단순화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기반 AI 기능 역시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즉 AI가 눈에 띄는 기술이 아니라 일상에 스며드는 배경 기술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AI 기능 고도화보다는 사용자의 개입을 줄이는 물리적 설계를 통해 개입 없는 경험을 구현하는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공개한 'LG 컴포트 키트'도 그 일환 중 하나다. 세탁기 세제컵, 정수기 물받침, 식기세척기 도어 핸들, 전자레인지 터치 가이드 등 일상 사용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동작 하나하나를 단순화해, 연령이나 신체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접근성 강화 전략은 시니어·장애인 등 특정 계층을 위한 배려를 넘어 전 연령대의 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니어 전용 TV, 단순 UI, 물리 버튼 강화, 음성 안내 기능 보완 등은 고령층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도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AI 가전 경쟁이 기술 중심에서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내년 초 열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도 주요 화두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AI 기능 시연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연령·환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성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가전의 다음 단계는 기술을 얼마나 많이 담느냐가 아니라, 기기 내부에서 알아서 판단하고 작동하도록 설계해 사용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며 “기능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의 완성도가 향후 가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