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권고한데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징계 최종 결정권이 있는 당 윤리위원장 인선 문제까지 겹치며 당내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 16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2년 정지를 권고하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당무위 결정 이후 당 안팎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 전 한동훈 전 대표는 물론 당내 친한계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 결정 이후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원하는 게 저를 찍어내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며 "다른 사람들을 (징계하는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서 당을 우스운 당으로 만들지 말라"고 반발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한동훈 인스타그램
김 전 최고위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와 한 전 대표를 한묶음으로 삼고 있다"며 "저에 대한 징계를 징검다리로 삼아 한 전 대표에게 넘어가겠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 징계를 통해 어느 정도 여론이 형성되는지,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 본 뒤 이를 브릿지 삼아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문제까지 가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징계 논란과 관련해 장 대표는 전날 연탄 봉사활동 뒤 기자들과 만나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며 "해당행위를 하는 분들은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당이 하나로 뭉쳐서 싸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당무감사위 결정에 힘을 실었다.
친윤(윤석열) 핵심으로 불렸던 권영세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대표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공격'한다고 해서 당대표(한동훈)라는 사람이, 또는 그 가족이 비겁하게 당원게시판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반격하는 일도 정상은 아니다"라며 장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통일교 게이트' 공세를 고리로 특검 공조를 선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 전 대표를 공개 저격하면서 전선은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1./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된 '이준석 비방글'을 소개하며 "이름이 한동훈인 사람이 이런 글을 올리면서 공작했다는데, 제발 동명이인이길 바란다. 그게 아니면 너무 찌질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지난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장 대표(당시 후보)와 최종 2인에 올랐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전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그는 전날 한 전 대표를 끌어 안으며 "우리 당의 보배를 누가 자르려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에 더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최종 결정할 윤리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의원은 "전언에 의하면 부정선거 얘기를 많이 해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했던 도태우 변호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리위원장 임명을 보면 과연 진짜 속마음이 어떤 건지, 그다음에 당의 진로를 어떻게 잡고 있는 건지 한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김민수 국민소통위원장, 도태우 윤리위원장이라는 조합이 현실화된다면, 장 대표가 말한 것처럼 인선 자체로 모든 걸 말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 전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연루됐다는 당원게시판 논란에서 시작된 이번 갈등이 윤리위원장 인선, 계파 재편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의힘 내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계파 갈등이 계속 될 경우 외연 확장을 위한 중도 확장 전략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리위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확장되면 내년 지방선거 전략은 길을 잃게 된다"며 "지금은 내부의 적을 잡기보다는 울타리 밖의 중도층을 어떻게 잡을 지를 더 신경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