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현지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업계 최대 격전지인 유럽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재정의하고, 생산 기지 건설부터 R&D 강화까지 현지 밀착형 전략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고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부담 속에서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려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은 공급 기반 강화,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 지역별 영업·유통망 확대를 중심으로 유럽·북미 중심의 ‘현지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폴란드 오폴레를 유럽 공장 최종 부지로 확정하며 글로벌 생산 체계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새 공장은 연간 600만 본 규모로 2028년 8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물류·인력·인프라, 정부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총 투자금액은 5억8700만 달러(약 8606억 원)다.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 중 유럽 비중은 약 26.6%에 이른다. 회사는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고성능·고인치(HVP)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프리미엄 OE 대응력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유럽 내 생산기지가 없어 리드타임과 공급 안정성에서 제약이 있었지만 신공장 설립을 통해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기회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함평 신공장이 2027년 말 완공되면 한국–유럽–북미를 잇는 삼각 생산 체계가 윤곽을 갖추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북미·유럽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도 유럽 기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하노버 유럽 기술센터(ETC)와 핀란드 겨울용 시험장을 거점으로 전기차 전용과 초고성능(UHP) 제품 검증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헝가리 라칼마스 공장과 미국 공장 증설을 통해 OE 공급 능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확대가 매출·수익성 개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회사는 R&D 투자와 현지 테스트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유럽은 한국타이어 전체 매출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며 18인치 이상 고부가 제품과 전기차 타이어 판매가 늘면서 해외 매출 비중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유럽·미국·중남미·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거점을 촘촘하게 재정비하고 있다. 국가별 유통 환경과 고객 특성에 특화된 운영 체계를 구축해 유통망 효율성과 고객 접점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9월 유럽·중남미·중동 등 주요 전략 시장에서 신규 지점과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85% 수준에 달한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체코 자테츠 공장 증설로 생산 능력을 확보한 데 이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지점을 신설해 동유럽 9개국 유통망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멕시코 법인 설립으로 중남미를 독립 사업권역으로 전환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법인 추진으로 성장세가 가팔라진 중동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다.
또 지역별 주행 환경과 법규를 반영한 '현지 맞춤형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성능 여름용 '엔페라 스포츠'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사계절용 '엔프리즈 S'를 통해 제품군을 넓히고, 월마트 등 대형 유통사를 통한 공급 규격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에는 겨울용 '윈가드 스포츠3'와 사계절용 '엔블루 포시즌2'를 선보여 강화된 겨울용 타이어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호주 시장에서는 온·오프로드 대응 제품 '로디안 ATX'를 출시해 SUV·픽업트럭 수요 확대에 맞춘 현지 전략을 진행 중이다.
타이어 3사는 이처럼 유럽·미국·중동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전면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흐름 속에서 OE와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고 있어 현지 생산·R&D·유통을 묶은 통합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라며 "3사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응력을 끌어올려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