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노동개혁 5대 법안(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지 22일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는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법안 처리에는 정략적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생·안보 법안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이대로 19대 국회가 끝난다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국가와 국민 앞에 죄를 짓는 불명예마저 짊어질 것이 뻔하다.
7일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 입법이 무산될 경우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물거품이 되고 청년고용절벽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며 야당을 전방위 압박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노동, 금융을 비롯한 4대 개혁을 조속히 마무리 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전격회동을 갖고 노동개혁 5대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테러 관련 법안의 정기국회내 처리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이번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연내에 여야가 처리하기로 한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 등을 처리하지 못하면 사실상 법안이 폐기된다”며 “청년실업 문제나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회가 마지막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회동에 앞서 박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진흙밭에서 양보없는 샅바싸움만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법안도 국민 경제와 관련된 법안도 마다한채 오직 자신들의 밥그릇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7일 국무위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노동개혁) 5대 입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다”며 조속한 법안처리를 호소했다. 이 장관은 “(연내 입법에 실패할 경우) 청년 고용절벽, 비정규직 고용불안, 장시간 근로 만연, 낮은 사회안전망 등 심각한 노동시장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내 통과를 기대하며 금년 하반기 신규채용을 늘린 기업들이 내년 초부터 다시 채용규모를 줄일까 우려된다”며 “입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도 20년전 노동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가 야당의 강경투쟁으로 무산된 점을 예로 들며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느냐. IMF 위기가 오는 단초가 됐다. 똑 같은 현상이다. 여기서 역사의 교훈을 삼자는 것”이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야당을 설득, 노동법을 통과시키는데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청년 취업 애로 계층은 116만 명에 달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령화마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지난해 평균 퇴직연령 53세인 장년층의 일자리도 절박하다.
현재 주당 68시간인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일자리 19만개가 늘고 근무여건이 개선되는 등 노동개혁 효과와 관련한 연구결과는 이미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반면 노동개혁이 지연되면 고용시장의 경직화로 인해 청년고용절벽은 더욱 심화되고 정년연장으로 기업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지난해 고용영향 평가에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첫해 약 1만8500개, 총 14만∼1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올해 한국노동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 시 11만∼1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시행된 기간제법은 전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심화시켰고 파견근로제가 확대될 경우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줄고 전체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한 목소리로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정작 서민을 대변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부 노동계의 입장에 함몰돼 전체 고용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노동법안 가운데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거꾸로 가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추미애 최고위원도 “청와대에서는 비정규직법안을 비정규직 고용 안정법이라고 이름을 바꿔서 부르고 있다”고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트집잡기는 다른 곳에 있다. 두 차례의 민중총궐기에서 보듯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노총 등 강성노조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자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강성노조의 전위대 역할을 하면서 법안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한상균 노조위원장은 ‘노동개혁 반대’와 ‘청와대 진격’을 외치며 민중총궐기 주도 후 조계사에 은신해 있다. 6일 걸어 나가겠다고 한 자신의 말을 뒤집으며 더 머물기를 조아리고 있다. 수배자 신분인 그의 이중대 역할을 대한민국 제 1야당이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이미 깨질대로 깨져 쪽박이 된 제 1야당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간의 지루한 싸움은 진보인사들에게도 ‘신물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법안도 국민 경제와 관련된 법안도 이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정략적 싸움의 진흙밭에서 양보없는 샅바싸움만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밥그릇 싸움과 세력다툼에 결국 민생과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정치 줄을 대고 있는 야당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지 오래다. 더 이상 자신들의 병을 제발 국가와 국민에게 옮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만이 미래세대에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정쟁에 앞서 노동개혁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회광반조’라도 보여야 더 이상 이름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