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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PP조선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그들의 가슴엔...

2015-12-08 10:59 | 고이란 기자 | gomp0403@mediapen.com

지역주민들·언론 등 관심 덕분… '묵묵부답' 채권단 작은 변화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중단으로 위기를 맞은 SPP조선, 지난 7일 그 현장을 찾아가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오전 사천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SPP조선으로 향했다. 멀리서도 웅장한 골리앗 크레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SPP조선은 사천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택시기사는 설명했다.

SPP 사천조선소 입구에는 “경남유일 흑자조선소 SPP조선 수주중단 웬 말이냐! 수주 재개 즉각 허용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직원들은 근심어린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SPP 사천조선소 근로자들의 의지가 담긴 문구와 현수막. / 사진=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회의실에서 만난 SPP 근로자위원회 관계자들은 오른편 가슴에 ‘SPP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는 글귀를 품고 있었다.

신인석 SPP 근로자위원회 위원장은 “지역주민들과 언론의 관심 덕분에 ‘묵묵부답’이던 채권단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24일자로 기획재정부에 접수돼 수은 앞으로 이송된 탄원서 ‘흑자 조선소 SPP조선에 대한 RG 발급 재개 호소’에 대한 회신을 지난 4일 보내온 것이다.

회신을 통해 수은은 “귀사(SPP조선)의 신규 수주건이 인수합병(M&A) 등 귀사의 경영정상화와 손실 최소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돼 기존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의상의 신규 수주 승인 조건과 부합되게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안건으로 부의될 경우 주관은행 및 타 채권은행기관과 함께 성실히 심사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SPP조선 근로자들은 답답한 마음이다.

오승학 SPP조선 영업부장은 “선주를 계속 붙잡을 수 없기 때문에 채권단들이 지속적인 RG발급 확약을 해줘야한다”며 “계약을 코앞에 두고 RG발급 때문에 계약이 무산되면 선주에게 신망을 잃는다. 한번 등 돌린 선주들은 아무리 설득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채권단들이 실제로 M&A를 할 생각이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M&A를 하더라도 조선업을 영위하는 업체랑 하는 것이 맞다”며 “우려가 되는 점은 채권단이 내년 2월말까지 M&A로 시간을 끌다가 우리가 수주한 선박들이 모두 인도되고 도크가 텅 비어 그때 갑자기 입장을 바꿔 문을 닫자고 결정한다면 SPP는 쳐다볼 곳 조차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들이 최소한, 이익 나는 수주는 허용해야하며 일감이 계속 있어야 M&A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SPP조선의 입장이다.

신 위원은 “SPP의 경쟁력은 주력선종인 MR탱커만을 생산해 설계비 절약, 학습효과로 인한 생산성 증가, 기자재 대량 구입으로 인한 원가절감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중국과 선가도 차이가 없어 선주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SPP에 믿고 맡긴다. 배 품질과 연비도 우리가 훨씬 좋다”고 자신했다.

   
▲지난 7일 SPP 사천조선소 모습. MR탱커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실제로 SPP조선은 지난 2008년부터 20011년까지 전 세계 MR탱커의 51%를 수주하며 단일 선종으로는 유례없는 일을 해낸 바 있다. 또한 조선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결산 결과 매출액 8287억원, 영업이익 8.8%인 746억원으로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SPP조선 근로자위원회는 오는 10일 오후 3시 ‘SPP조선 살리기 궐기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각 지역단체 등이 사천조선소 대강당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신 위원은 “공동명의로 결의안이나 촉구서를 내거나 결의대회에서 결의를 하는 몇 가지를 행동으로 표출할 계획이다”며 “채권단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강한 압력과 여론이 필요하며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조로 전환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SPP조선 살리기 서명운동이 3일만에 3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신 위원은 “경남지역 신문에서 ‘SPP조선’만 들어가면 조회수가 1위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는 얘기다”며 “직원들이 서명운동 때문에 추운날씨에 고생이다. 사천시 인구가 12만명이고 유권자만 4만~5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서명운동에 큰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이 마지막으로 두 장의 서신을 건넸다. 지난 3일 모나코 선사인 스콜피오(Scorpio) 매니지먼트 S.A.M과 싱가폴의 선박건조 감리사인 이쉬마 (ISHIMA; International Ship Management)가 보낸 것이다.

스콜피오는 SPP조선에 2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한 바 있다. 이쉬마는 SPP조선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대한 감리서비스를 선주사에 제공하고 있다.

양 측은 SPP조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전문성 있는 SPP조선이 자금적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SPP조선의 장기존속과 신규 프로젝트를 위해 지원할 것이라 덧붙였다.

다시 SPP 사천조선소를 나오는 길, 한 근로자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았다.

“직원들이 생각하기에 ‘매각’이 되면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다. 반면 ‘정리’가 되면 1만 식구들이 다 떠나야한다. 그 부분이 문제다.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좌절감이 생긴다. 그래도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차이가 있지 않나. 직원들은 끝까지 SPP조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채권단들이 서로 RG 미발급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사이 SPP조선 근로자들은 다시 뛰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사천시민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SPP조선을 응원하고 있다. 이제 공은 채권단에게 돌아갔다. 채권단이 ‘복마전’의 의혹을 벗고 SPP조선의 RG발급을 재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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