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 전략을 넘어 배터리·자율주행 등 미래차 핵심 기술 수준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해 온 일본과 미국,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아성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자동차 패권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현실화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연간 자동차 신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자동차 기업의 글로벌 신차(상용차 포함) 판매량이 전년보다 17% 증가한 약 27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도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의 분석과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1~11월 발표 자료 등을 종합해 추산한 결과다.
BYD Auto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전시장./사진=BYD 코리아 제공
◆ 20년 만에 깨진 일본의 왕좌…중국, 수출 이어 판매까지 '1위'
중국은 2023년 연간 자동차 수출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전체 판매 규모에서도 20여 년간 1위를 유지해 온 일본을 처음으로 제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 양대 축을 이뤘지만 2022년 약 800만 대 수준이던 중국의 해외 판매가 불과 3년 만에 급증하며 판도가 빠르게 뒤집히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은 압도적인 내수 시장과 정부 주도의 전동화 전략이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의 약 70%는 내수에서 발생하며, 정부의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보급 정책이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동시에 내수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차의 파상공세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아세안 지역 판매량은 전년 대비 49% 급증하며 전통 강자인 일본 브랜드의 입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약 230만 대로 7% 늘었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각각 33%, 32% 성장하며 신흥국 시장 전반으로 침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유럽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과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을 앞세운 이른바 '디플레이션형 수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고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저렴한 가격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선점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고도의 시장 장악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영역 확장은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각종 규제를 도입하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가 단기적인 방어막은 될 수 있어도 이미 확보된 중국의 기술 격차와 압도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저가 전략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기술 우위 확보 우선"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위협은 더 이상 '저가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배터리, 소프트웨어(SW), 자율주행 등 미래차 핵심 기술 영역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내재화와 차량용 반도체·SW 통합 능력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위협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화웨이, 샤오미 등 IT 기업들과 협력하며 차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기술 수준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가 '기계 제품'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가격에서 기술·플랫폼·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터리 기술,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에서 누가 표준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방어 차원을 넘어 전방위적 대응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단순한 제품 경쟁이 아니라 SDV와 자율주행 플랫폼 분야에서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가격 방어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한 중장기 전략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는 이제 저가 공세를 넘어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갖춘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며 "차세대 배터리와 SDV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