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딸기값 36% 폭등해도…15만 원 호텔 뷔페 '완판' 행진

2026-01-09 13:58 |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겨울 제철 과일인 딸기 가격이 급등했지만, 특급호텔의 딸기 뷔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인당 15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요 호텔의 주말 예약은 조기 마감되는 등 '불황형 소비'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딸기 뷔페./사진=반얀트리클럽앤스파 제공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5성급 호텔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딸기 뷔페 가격을 전년 대비 대폭 인상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대표 프로모션 가격을 지난해보다 28.6% 올린 13만5000원으로 책정했고, 롯데호텔서울 페닌슐라 라운지는 15만 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2인 기준 30만 원, 4인 가족 방문 시 6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이런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꼽힌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딸기 생육이 부진해지면서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월 초 기준 딸기 도매가격(2kg)은 약 4만6000원 선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이상 급등했다.

주목할 점은 가파른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롯데호텔서울과 반얀트리 등 주요 호텔의 1월 주말 예약률은 90%를 웃돈다. 창가석 등 인기 좌석은 다음달인 2월 초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마트에서 비싼 딸기를 사 먹느니, 돈을 더 보태 호텔에서 최고급 품종을 다양하게 즐기겠다"는 심리가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러한 기현상의 주축은 단연 2030 MZ세대다. 이들은 극단적인 절약과 과감한 사치를 동시에 행하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 성향을 보인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내 집 마련이나 결혼, 자동차 구매 같은 '거시적 목표'가 좌절되자 당장 실현 가능한 '미시적 행복(Small Luxury)'에 집중하는 것이다. 평소 직장 점심값은 5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도, SNS에 공유할 수 있는 15만 원짜리 호텔 경험에는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실제로 호텔들은 이들의 심리를 겨냥해 단순한 시식을 넘어선 '경험'을 판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한 식기를 사용하거나, 대형 아트 조형물을 설치해 '인증사진 성지'를 만드는 식이다. 젊은 층에게 호텔 딸기 뷔페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명품 가방을 소비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경험재'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고도의 마중물 전략으로 해석한다. 통상 식음료 업계에서 식재료 원가율이 35%를 넘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본다. 딸기 뷔페는 과일 원가가 높아 수익성(마진) 자체는 낮다. 하지만 호텔 입장에서 딸기 뷔페는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은 호텔 문턱을 2030세대가 쉽게 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엔트리 상품'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딸기 뷔페로 호텔을 처음 경험한 20대 고객이 30대가 되어 웨딩, 돌잔치, 객실 투숙으로 이어지는 '락인(Lock-in)' 효과가 상당하다"며 "당장의 마진보다는 브랜드 경험을 파는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기 가격 폭등을 대하는 시장의 풍경은 극명하게 갈린다. '프리미엄 경험'을 파는 호텔이 호황을 누리는 반면, '가성비'를 중시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가 압박에 신음하고 있다.

실제로 설빙 등 주요 디저트 프랜차이즈는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이탈을 우려해 메뉴 가격을 몇백 원 단위로 인상하는 데 그쳤다. 15만 원을 호가하는 호텔 뷔페가 완판되는 동안, 동네 카페는 1~2만 원대 빙수 가격을 놓고도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 시장은 '초저가'와 '초고가'로 명확히 나뉘는 모래시계형 구조를 보인다"며 "호텔 딸기 뷔페의 흥행은 불황 속에서 확실한 심리적 보상을 얻으려는 현대인의 소비 욕구가 투영된, 가장 상징적인 경제 단면"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