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설비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이 큰 데다가 무임승차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속도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분기 안으로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석유화학업체들이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출했는데,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사업재편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이번 사업재편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270만~370만 톤의 에틸렌 감축 목표를 설정했고, 여수·대산·울산 산업단지 노후설비를 중심으로 설비 폐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범용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설비 폐쇄에만 막대한 비용 부담…구체적 지원책 절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설비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사업재편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설비 폐쇄의 경우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 설비는 장치산업 특성상 폐쇄 비용에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철거와 환경 복원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설비를 폐쇄하면서 생기는 인력 구조조정도 문제다. 설비를 폐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던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재편을 진행하면서도 고용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설비만 폐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설비 가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인력을 유지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오히려 확대돼 기업 경영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재배치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기업 간 합병 과정에서 중복 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노란봉투법까지 3월부터 시행되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더라도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무임승차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석유화학기업들이 설비 폐쇄와 감축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사업재편 계획에 동참하는 반면 올해 샤힌프로젝트를 완공하는 S-OIL은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샤힌프로젝트는 S-OIL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오는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샤힌프로젝트에서는 이번에 정부가 감축을 추진하는 에틸렌도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180만 톤에 달하는데 S-OIL은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설비 감축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이 구조조정의 효과를 함께 누리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이 들어간 기업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사업재편에서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업계 내 불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설비 폐쇄에 대해서는 비용 지원을,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정부가 사업재편 속도를 강조하기보다는 실질적 지원과 기업별 여건을 고려한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비용 지원과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