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조계사에 24일간 은신하며 버티기를 청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10일 경찰에 자진출두케 한 데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균 위원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오는 16일 민노총 총파업을 지휘할 본부로 조계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9일 경찰이 조계사 경내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민노총과 조계사, 경찰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촉즉발의 순간 모습을 드러낸 자승 스님은 “10일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를 해결하겠다”며 중재안을 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권력 투입을 보류했다.
▲ 경찰˙조계사·한상균 법난 푼 '부처님의 한 수' 자승 스님은 누구?/사진=YTN 캡쳐 |
한편 자승 스님은 서울 관악산 연주암 주지였던 1994년 1월부터 1999년 말까지 신도뿐 아니라 일반 등산객들에게까지 비빔밥 점심 공양을 제공했으며,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승 스님은 2009년 10월 22일,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80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 선거인단 등 총 3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1년 3월부터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으며 2013년 11월 제34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주도 이틀 뒤인 16일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위원장은 2차 민중총궐기까지 서신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계사는 ‘내치지 않되 협조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을 통해 한상균 위원장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스스로 나가겠다는 6일이 지나 버티기로 나서자 조계사도 9일까지 퇴거하지 않으면 중재를 그만 두겠다는 강수를 두기까지 했다.
9일 버티는 한상균 위원장과 설득하던 도법 스님간에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이 경내로 들어 온 상황에서 사태에 진전이 없자 자승 스님은 도법스님을 통해 한상균 위원장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더 이상 버티기가 불가해진 한상균 위원장은 결국 9일 오후 4시 30분께 “자진 출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상균 위원장은 약속대로 10일 자진 퇴거함으로써 24일간의 조계사 도피생활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