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의 강력한 중재로 성사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첫 3자 대면 종전 협상이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렸으나, 핵심 쟁점인 ‘영토’와 ‘자금’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소득 없이 첫날 일정을 마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양자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사진=우크라 대통령실 공보국 제공·AP·연합뉴스
연합뉴스가 로이터 통신 등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날 3국 고위급 협상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돈바스 영토 소유권을 둘러싼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양측은 24일 협상을 속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러시아가 제시한 이른바 ‘앵커리지식’ 해법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전역의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기면, 나머지 남동부 전선은 동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는 이를 종전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영토 양보는 절대 불가하다”며 팽팽히 맞섰다.
‘돈’ 문제도 협상판을 흔들었다. 러시아는 미국 내 동결된 자국 자산 50억 달러(약 7조 3천억원)를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 중인 평화위원회 기금으로 돌리되, 이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재건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동결 자산이 전투 피해 지역(점령지) 복구에 투입될 수 있다”며 사실상 점령 굳히기 비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끈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위 서기는 회담 직후 “전쟁 종식 조건과 방향성을 논의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회동 직후 성사됐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러시아 측에서는 이고리 코스튜코프 군 총정찰국(GRU) 국장 등이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하지만 협상장 밖의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는 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 등을 공습해 5세 아동을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협상 테이블 위의 ‘무리한 청구서’와 현장의 ‘무력 시위’가 겹치며 2일 차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