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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본말전도, 건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2026-01-27 11:39 |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조태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본말전도(本末顚倒).”

본질과 말단이 뒤바뀌었다는 뜻이다. 요즘 한국 경제 담론 속에서 건설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이 사자성어가 유독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경제 당국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성장률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건설투자 감소를 반복해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1%대에 턱걸이한 배경으로도 건설 부문의 부진이 언급된다. 수치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 통계상으로 확인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부터다. 건설이 부진했기 때문에 경제가 흔들린 것인가, 아니면 경제 구조와 정책 환경이 건설을 멈춰 세운 결과가 지금의 숫자로 나타난 것인가. 건설투자 감소를 성장률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는 해석은,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인과전도’에 가깝다.

건설은 대표적인 선행 산업이다. 착공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현장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철강과 시멘트, 기계와 운송, 금융과 고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통계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투자가 줄었다는 결과는 숫자로 남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누적된 인허가 지연과 사업성 악화, 자금 조달 환경의 변화는 수치로 설명되기 어렵다.

특히 건설부동산 산업은 정책 신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다. 금리 인상, 세제 강화, 인허가 규제 중 어느 하나만 강화돼도 사업은 쉽게 멈춰 선다. 시장 판단 이전에 정책 환경이 방향을 결정짓는 구조다. 이런 조건 속에서 건설이 위축된 결과만을 놓고 성장률 부진의 책임을 묻는 것은, 산업의 특성과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접근일 수 있다.

더욱이 건설투자 감소는 단기간에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수년간 누적된 규제 기조와 정책 불확실성, 높아진 금융 비용이 겹치면서 현장은 점진적으로 식어왔다. 그 과정에서 건설은 가장 먼저 속도를 줄였고, 가장 먼저 숫자로 드러났다. 말하자면 건설은 경제 둔화의 원인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를 가장 먼저 보여준 신호에 가까웠다.

이런 맥락에서 건설투자를 경기 판단의 단기 지표로만 활용하는 관행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착공과 투자 결정은 이미 몇 년 전의 정책 환경과 금융 여건을 반영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건설 지표는 현재 경제의 상태라기보다, 과거 선택의 결과에 가깝다. 이를 현재 성장률 둔화의 직접적인 책임으로 연결하는 해석은 시차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성장률이 흔들릴 때마다 건설은 가장 손쉬운 설명 대상으로 호출된다. 통계상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는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건설투자 감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 아래에는 정책과 제도, 구조적 한계가 겹겹이 쌓여 있다.

건설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주범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가 가장 먼저 드러난 현장이다. 경제가 흔들린 뒤에 멈춘 산업이 아니라, 경제가 멈추고 있음을 보여준 신호에 가깝다. 건설은 스스로 멈춘 적이 없다. 멈추게 만든 조건들이 먼저 있었고, 그 결과가 숫자로 드러났을 뿐이다. 

원인을 묻지 않은 채 결과만 책임지우는 진단이 반복된다면, 다음 둔화 국면에서도 건설은 또다시 가장 쉬운 설명 대상으로 호출될 것이다. 문제는 그때도 우리가 같은 질문을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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