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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 선언에서 정책으로

2026-02-02 09:57 | 데스크 기자 | office@mediapen.com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지난 1월 26일, 2026년 새해를 여는 청소년계 신년인사회에서 청소년 정책의 주무부처인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은 새해 인사의 첫마디로 이렇게 밝혔다.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짧은 한 문장은 단순한 덕담을 넘어, 청소년 정책 전반을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담은 선언이었다.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이 같은 메시지는 현장에서 묵묵히 아이들과 마주해 온 종사자에게 큰 격려이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말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익숙한 관성에서 벗어나 정책의 출발점을 다시 리셋하고, 그 위에서 책임 있는 실천을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이라는 세 가지 시선을 함께 갖춰야 한다.

먼저 육안으로 청소년이 놓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입시 경쟁 속에서 밤을 새워 버티는 아이들, 꿈을 키울 여유조차 잃은 채 교실과 학원을 오가는 지친 얼굴들. 현장의 종사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이 생생한 현실은, 청소년 정책이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청소년을 추상적인 미래 자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출발점이다.

다음은 뇌안으로 구조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과도한 경쟁 체제 속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가. 왜 어떤 청소년은 출발선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가.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정책이 선언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와 예산으로 이어지는 이성적 설계가 뒷받침돼 한다.

여기에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숫자가 있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청소년(9세~24세) 인구는 2024년 12월 말 771만 명에서 2025년 12월 말 748만 명으로 1년 사이 23만 명이 감소했다. 매달 약 1만 9천 명의 청소년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인구 감소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초저출산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삶과 선택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제 청소년 정책은 평균을 전제로 한 관리의 틀을 넘어,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분명한 책임의 방향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요구받는 정책의 리스타트(restart)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안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등급과 점수로 서열화된 사회 속에서 청소년이 느끼는 좌절과 불안, 그리고 진로에 대한 두려움은 통계나 지표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이라는 장관의 발언이 진정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감정과 신호를 정책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정책에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 때, 청소년들은 국가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뢰 속에서 다시 걸어갈 힘을 얻게 된다.

이번 신년인사회는 정부와 현장, 학계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한 뜻깊은 자리였다. 장관의 메시지는 올 한 해 청소년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구조를 바로 보며, 아이들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 정책을 차분히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청소년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청소년 정책의 무게는 더 커져야 한다. 이는 특정 부처의 과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학교와 지역사회, 가정과 민간, 시민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과제다.

말은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책은 실천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이라는 새해의 첫마디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일 때, 우리 사회의 미래 또한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미디어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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