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미투자특별법, 사법개혁, 3차 상법개정안 등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란으로 내부 분열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 ‘원팀·원보이스’ 기조는 흐려지고 날선 공방전으로 갈등만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합당 제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최고위원들을 잇달아 만나며 진화에 나섰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과 각각 점심과 저녁을 함께 했고 3일에는 강득구 최고위원과 만날 예정이다. 문제는 정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연속 회동을 이어가는 성의를 보였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이언주 최고위원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2.2./사진=연합뉴스
앞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며 “최고위를 패싱한 독단적 결정이자 당권·대권 욕망의 표출”이라고 비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합당 논의를 중단하고 국정 뒷받침에 집중해 대통령을 외롭게 하지 말자”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반발했다.
이에 문정복 최고위원은 합당 반대파의 ‘면전 비판’을 두고 “모욕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맞받으면서 최고위원회가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 구도로 갈라서기도 했다.
합당 문제로 갈등이 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합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고위원 출신인 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결론은 지방선거 이후에 내려야 한다”며 “지방선거 전까지 당원 참여형 공식 논의기구를 설치해 합당의 필요성과 한계, 정치적 효과와 부담, 국정과 당의 정체성에 미칠 영향을 차분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반대 의견이 나오면 논의를 멈추고 충분한 토론과 숙고를 거쳐 결론을 냈다”며 “그 과정이 민주당을 성장시킨 힘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28명도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통해 합당 추진을 “독단적이고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날 열린 합당 관련 간담회에서도 ‘논의 중단’ 의견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논란이 격화되면서 당 밖 인사들 사이에서도 합당 추진을 둘러싼 비판과 옹호가 엇갈리고 있다. 합당의 명분과 정치적 파급력에 대한 평가가 갈리며 민주당 내부 갈등이 범여권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신년 간담회에서 “합당 이슈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정과 절차는 결과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민주당의 근본 정체성이나 당명을 변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통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30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가 20년, 30년 뒤 구상을 갖고 하겠느냐”며 “‘절차는 틀렸지만 합당은 지지한다’는 민주당 태도는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합당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날 방송인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연해 “반대하는데 이유를 말할 수 없을 때 절차를 가지고 시비를 건다”며 “지금 위험 수위에 와 있는 정치인이 몇몇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어준 씨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민주당, 조국혁신당 합당은 언제 하느냐가 문제였다. 정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서 했어야만 하는 일”이라며 “아래부터 의견을 모으면 전쟁터가 된다. 그러면 진도가 안 나간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미투자특별법과 사법개혁, 3차 상법개정안 등 2월 국회 핵심 과제를 앞둔 만큼 합당 논란으로 내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합당 논의가 당내 갈등으로 비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최대한 의원들 의견을 좁히고 조율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