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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팽'한 안철수…생사로는 '창조적 파괴'뿐이다

2015-12-14 11:0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안철수 의원이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을 하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안철수는 ‘중도’의 길로, 문재인은 ‘진보’의 길로 가라”고 조언했다. 모 호성이 왜 중도이고 친노 패권주의가 어떻게 진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쿨하게 갈라서서’ 노선경쟁, 혁신경쟁을 하라는 주문이다.

두 사람의 수준 낮은 패권 경쟁으로 야권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한 마당에 어떻게든 수습하고 싶은 조 교수의 심정은 알겠지만 쿨하게 헤어지는 것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동안의 숱한 시간을 허비하고 기자회견이 예정된 당일 새벽 1시에 기자들을 대동하고 쇼하러 온 사람에 빈정 상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나.

찾아온 중진들과 그 시간에 집안에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찾아온 당 대표를 40분 이상 세워두고 마지못해 악수 한 번으로 돌려보낸 사람에 문 대표나 친노가 폭발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깃털만큼의 진심도 없는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너절한 모습으로 서로의 기억에 박혔다.

안철수가 아니라 강철수가 되겠다며 탈당을 감행한 안 의원 앞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 그 이상이다.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 남아 있다. “조직도 세력도 없다”고 했듯 안 의원은 문 대표를 옹위하고 있는 조직과 세력으로부터의 강력한 마타도어와 인정사정없는 무차별 공격에서 1차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안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자마자 불과 몇 시간 후 <안철수, 끝내 ‘분열’의 길을 가다>라는 글을 전면에 띄워 모든 책임을 안 의원에게 뒤집어씌우고 나선 한겨레의 모습이 그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 신문의 선임기자가 썼다는 칼럼 내용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야비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한 직후다. 그는 어느 원로 정치인에게 자랑스레 전화를 걸었다. “제가 드디어 민주당을 먹었습니다. 의원들과 당원들 대부분이 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김한길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지만 조만간 단독 대표가 될 겁니다.”

   
▲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안철수, 철저히 파괴당하고 거기서 부활해야

돌아서면 ‘카더라’ 루머를 동원해 안 의원 얼굴 한 복판에 가래침을 탁 뱉을 수 있는 것이 친문 기관지의 무서운 민낯이다. 당 밖 홀로서기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도 언론의 지원은커녕 한겨레와 같은 친문매체들의 저열한 인신공격과 모욕에 시달릴 것이다. 그 뿐인가. 당 안팎 문재인의 호위무사들과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집단적인 세를 과시하며 떼로 덤비는 소위 시민사회란 이름의 무지막지한 권력의 이지메도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의원이 “자신이 선택한 당에 문제가 있으면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거나 아니면 정치를 그만두거나 해야 한다”고 정계은퇴까지 들먹거리며 비난한 것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씨가 “모처럼 기분 좋은 일요일, <병든 이는 뽑아야> 아주 이를 들어내는 줄 알았다 은퇴는 너무 젊고 정치포기”라며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가늠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전 글에서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려고 특별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진정성조차 의심된다고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은 애초에 독자세력, 창당의 길이 어렵고 힘들어지자 곧 포기하고 민주당과 살림을 합치는 쉬운 길을 택했다. 그러다 독한 친노와의 권력투쟁에서 못 견디고 1년 9개월 만에 튕겨져 나가게 됐다.

자신이 구태로 규정했던 친노와 운동권 세력에 변변한 잽 한번 날리지도 못하고 링에서 스스로 내려갔다. 그간의 과정은 안 의원이 그 어떤 변명을 해도 결국 포기 정치, 나약한 정치, 무책임 정치로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허허벌판에서 정권교체 세력을 만들겠다”는 안 의원 탈당의 변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나약했던 안 의원이 탈당의 강수를 놓게 된 배경에 김한길이라는 전략가가 있다는 세간의 추측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전략가와 뛰어난 전술이 있어도 안 의원이 그대로라면 무용지물이다.

안철수의 낡은 진보 청산이야말로 운명이다

습관적으로 패퇴했던 나약한 안철수를 버리지 않는다면 허허벌판에서 정권교체 세력을 만들기는커녕 홀로 고사하고 말 것이다. 곁에 왔던 사람들을 번번이 떠나보내는 안철수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시 실패할 것이다. 필자는 안철수의 새정치 실체와 목표는 원래부터 분명했다고 본다.

안 의원이 10월쯤 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듯, "증오심의 막말 정치와 퇴로 없는 강경 투쟁" "자기 실패에 관대하지만 남의 실패는 물고 늘어지는 이중 잣대" "비리에 대한 온정주의"로 물든 낡은 진보, 과거에 갇힌 운동권 문화와 결별하고 성장과 안보, 그리고 북한의 인권도 중시하는 미래지향적인 진짜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과거에 기대고 과거를 파는 문재인과 친노의 패권정치는 역사의 발전방향과 어긋난 반동정치에 불과하다. 이 퇴행을 극복하는 것이 안 의원이 맡은 시대적 역할이다. 이것은 안 의원 본래 색과 가까운 새누리당이 아닌 야당 정치인으로 서게 된 운명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의식해 해쳐 모이는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는 모양이다. 하지만 진정한 가족이 되지 못하고 한 지붕 살림만으로는 선택받지 못한다는 게 이미 여러 차례 선거에서 증명이 됐다. 오직 선거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는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 다수가 도저히 둘은 같이 할 수 없는 사이란 것을 알고 있는데, 몇 개월 지나 재결합 선언을 한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친노가 달라지는 천지개벽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안 의원이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정권교체 세력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상 이 나라 정치의 한축이 어떤 모양이 되느냐는 안 의원 하기에 달렸다. 구체적 콘텐츠 없이 반새누리당 구호 하나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필자는 안 의원이 그 목표로 영남 급진주의 친노세력에 끌려 다녔던 호남을 기반으로 서는 걸 지역주의로 매도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새누리당 역시 영남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전국정당이란 명분에 집착해 껍데기 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낫다. 안 의원에게만 분열의 정치라는 비난과 책임을 묻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 야권 분열의 협량한 정치의 본산은 따로 있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뭉쳐놓는다고 융화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문재인과 친노의 운동권 정치는 청산대상이지 함께 키워나갈 정치가 아니다. 당장의 의석수, 총선 패배가 두렵다고 야당이 망하는 길로 가선 곤란하다. 안 의원이 다시 정치 모험을 나선 마당에 기억하고 곱씹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다. 바로 본인의 실패의 역사다. 스스로를 반면교사로 삼아 용기를 내 자신을 불사를 수 있다면, 그래서 낡은 진보청산에 조금이라도 역할을 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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