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1월 전세계 선박발주량 80% '싹쓸이'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한국 조선업계를 향한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 자체의 기술 경쟁력보다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14일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선박수주량은 14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 세계 선박발주량 182만CGT의 80%에 해당된다. 한국의 11월 선박 수주량은 7만9834CGT에 그쳤다.
▲ 지난달 중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이 한국을 크게 앞질렀지만 중국 조선소 자체의 기술 경쟁력보다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천연가스 직분사 추진 방식 LNG선을 시운전하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
수주실적은 주력선종 시장의 굴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주력 선종의 부가가치 수준에 따라 각국의 경쟁력은 다르게 평가 된다. 단순하게 월간 수주실적 통계로 조선소의 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선박수주량이 급증한 것은 자국 선사들로부터 수주 받은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일부 선주들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환경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벌크선 발주를 늘린 것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해사기구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선박 중 환경규제지역 (ECA) 운항 선박에 대해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강화한 ‘Tier III (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 기준을 적용한다.
중국은 국가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조직적 영업을 통해 수주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가장 큰 조선소들은 국영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 소속이다. 이들 조선소들은 영업공동체로 똘똘 뭉쳐 한국이 수십 년간 선주로 부터 쌓아온 신뢰성과 선박의 품질, 수주 네트워크에 대항한다.
중국 해운산업의 규모와 투자도 한국을 압도한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해운물동량을 가지고 있는 최대의 산업국가다.
중국은 국가 정책상 해운산업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으며 선박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해운사들은 국가 정책상 이들 선박들의 대부분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한다. 지난해 중국의 선박수주량 중 자국 수요는 약 30% 내외로 추정된다.
내수 선박을 통해 중국 조선사들은 불필요한 수주경쟁도 피하고 건조 경험도 쌓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중국정부는 수출선에 대해 17%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또한 환급해주고 있다. 내수 선박에 대해서도 혁신제품으로 인정된 선박이나 정부의 장려에 의한 발주 선박의 경우 동일 효과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선임연구원은 “17%의 세금환급은 10%의 적자 견적에도 약 7%의 영업이익이 가능해 원가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 조선소에 대한 열위를 만회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국력으로 WTO 규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산업을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이미 산업경쟁력을 시장논리에 맡겨둔 단계이며 OECD 등 국제협약으로 조선 산업에 대한 지원 여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