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제3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제77회 칸영화제 칸클래식 선정작, 현대 예술영화의 교과서로도 불리는 빔 벤더스 감독의 명작 '파리, 텍사스'가 4K 리마스터링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1984년 작인 영화 '파리, 텍사스'는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명장 빔 벤더스가 4년 만에 재회한 아들과 함께 사라진 아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말없이 걷는 한 남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상실의 감정을 광활한 풍경 속에 담아내며 영화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봉 확정과 함께 공개된 4K 리마스터링 오리지널 포스터는 영화 '파리, 텍사스'가 지닌 미학을 한 폭의 예술 작품처럼 압축해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하고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양복 차림에 강렬한 빨간 모자를 쓴 채 묵묵히 걷는 주인공 트래비스의 뒷모습이 그가 등지고 온 과거와 가야 할 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4K 리마스터링으로 42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아오는 영화 '파리, 텍사스'. /사진=(주)에무필림즈 제공
제3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한 '파리, 텍사스'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준 ‘아이콘’과도 같은 작품. 이번 4K 리마스터링 개봉은 40년이 넘는 영화를 추억하는 기회라기보다는 그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2030 세대 관객들을 겨냥한 상영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근 젊은 층이 열광하는 ‘힙(Hip)’한 미학의 원류를 이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색감과 미장센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 '로얄 테넌바움'의 오디오 코멘터리를 통해 “('파리, 텍사스'의) 극 중 죽은 아내의 사진 등은 빔 벤더스의 홈 무비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전설적인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 역시 생전 이 영화를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으며, “이 영화를 보고 남은 여생을 나스타샤 킨스키 같은 사람을 찾는 데 바치고 싶었다”는 열렬한 찬사를 남겼다.
세계적인 밴드 U2의 보노 또한 그들의 명반 'The Joshua Tree'에 대해 “'파리, 텍사스'의 사막에서 길을 잃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고 고백할 만큼, 이 영화는 수많은 예술가의 영혼을 뒤흔든 뮤즈로 자리 잡았다.
'파리, 텍사스' 4K 리마스터링은 붉은 사막과 도로, 인물의 얼굴 위에 스치는 빛의 결까지 한층 선명하게 복원되며, 영화가 품고 있던 시간과 감정의 깊이를 새롭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빔 벤더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1984년에 내가 보았던 그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이제 카메라가 처음 포착했던 영화 그 자체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영화감독으로서 빔 벤더스는 약 5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장편과 단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2D와 3D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국제적인 찬사를 받아왔으며, 최근작 '퍼펙트 데이즈'를 통해 동시대 관객과 깊은 공감을 나누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감독임을 증명했다.
빛, 수평선, 서부의 색채를 언어로 삼아 길을 잃은 한 남자의 침묵의 여정을 보여주는 '파리, 텍사스'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오는 3월 11일 개봉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