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던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의가 당내 반발 속에 중단된 데 이어 특검 추천 방식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당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와 지도부는 전날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고 지선 후 통합 추진을 천명했다”며 “합당 논란으로 더 이상 우리의 힘을 소비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정 대표는 전날 밤 합당 논의를 위한 최고의원회의를 마친 후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제안한 지 19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2.11./사진=연합뉴스
또한 같은 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대다수는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직진형 의사결정과 ‘전당원 투표’ 돌파 시도가 오히려 내부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대표는 합당 절차와 속도를 문제 삼는 반대 의견이 거세지자 최고위원·초선·재선·3선·중진 의원 간담회를 잇달아 열고 전당원 의견 수렴 방침을 밝히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의총을 거치면서 ‘지선 전 합당 논의 중단’으로 마무리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합당 추진 과정에서는 '밀약설'과 함께 내부 문건 유출 의혹 등이 제기되며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전도 이어졌다. 그 여파로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 구도가 재부각되는 등 계파 갈등 양상도 뚜렷해졌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요구와 ‘검찰 조작 기소’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의원 모임이 결성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같은 당 박찬대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6.2.10./사진=연합뉴스
박성준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고, 김승원·윤건영 의원이 공동대표, 이건태 의원이 간사를 맡았으며 70여 명이 넘는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체 민주당 의원 162명 중 70여 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특히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와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찬대 의원이 이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와 당 대표를 놓고 맞붙은 적이 있으며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합당에 반대한 의원들과 친명계 의원들이 모인 이 조직이 '반청-친명'의 주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특검 추천 논란까지 겹쳤다. 민주당이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비판이 제기됐다.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의 책임론과 함께 사퇴 요구까지 거론되며 당 지도부는 크게 흔들리는 등 부담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2차 종합특검에 전준철 변호사 추천 논란에 대한 이성윤 최고위원의 유감 발언에 대한 황명선 최고위원(왼쪽)의 항의를 듣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싼 당 지도부 간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지만, 전준철 변호사 추천 논란을 두고 최고위원들의 또 다른 갈등이 표출됐다. 2026.2.9./사진=연합뉴스
이에 정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며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최고위원도 같은 날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 문제도 불거졌다. 민주당은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진련 전 대구시의원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하려다 철회했다. 친명계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 전 시의원의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갈등 수습을 위해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시의원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 전 시의원은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될 당시 자신의 SNS에 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찢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으킨 당사자였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정 대표가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선 계파 간 조율 능력을 보여줘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합당과 특검이라는 굵직한 의제를 연달아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균열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