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지난 4일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11일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와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이 개봉함에 따라 올 설 연휴 극장가에서 경쟁할 한국 영화 3편이 모두 베일을 벗었다. 이제 이들은 선의이기는 해도 치열하고 냉정한 경쟁, 즉 관객들의 선택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 한 주 앞서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흥행 일루셔니스트 유해진을 앞세워 단박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12일 기준 12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런데 한 주 만에 흥행 경쟁에 변화가 생겼다.
조인성 박정민에 신세경과 박해준을 내세워 11일 개봉한 첩보물 '휴민트'가 박스오피스 1위에서 '왕과 사는 남자'를 끌어내린 것이다. 화제성 측면에서는 단연 이번 설 연휴 개봉 한국 영화 중 선두였던 것을 감안하면 '휴민트'가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설 연휴 경쟁하게 될 한국 영화 3편. /사진=(주)쇼박스, NEW,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반면 같은 날 개봉한 재간둥이 최우식 주연의 '넘버원'은, 그래도 '휴민트'와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첫 날 '휴민트'가 약 13만 1000명의 관객을 모아 1위에 오르고, 8만 6000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넘버원'이 1만 7000명의 관객이 찾아 3위에 오른 것이다.
'넘버원'이 '휴민트'나 '왕과 사는 남자'에 비해 영화의 내용에 대한 흥미와 화제성이 적고, 제작비 규모나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상대적으로 덜 화려한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설 연휴 한국 영화 3편 중 흥행 성적도 다소 부진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넘버원'의 제작진은 이 영화가 설 연휴 개봉작 중 유일하게 가족 영화라는 점, 그리고 실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은 점 등으로 개봉 첫 주 흥행 성적보다는 길게 내다 보는 영화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렇다 할 할리우드 대작이 전혀 없는 설 연휴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설 연휴를 지내고 나서 이어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를 이들 세 편의 한국 영화가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심거리다.
아카데미 주요 상 후보작들이 추가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또 3월 15일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주요 수상작들이 새로 개봉하거나 이미 개봉했던 작품들이 재개봉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연중 가장 관객 수가 적은 봄 시즌 극장가도 아카데미 특수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이들 세 편의 한국 영화들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일단 5일 간의 설 연휴 동안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 그리고 '넘버원'은 흥행을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든든한 한국의 배우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경쟁에 관객들은 일단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