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고 이선균의 내밀한 속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던, 마치 진짜 아이유의 깊은 심성을 목격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인생 드라마'로 꼽기도 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에는 마음의 상처를 품고, 그 상처 위에서 견디며 살아가는 또 다른 고독한 여성이 있었다. 오나라가 연기했던 '정희'다.
'나의 아저씨'의 세계관 속에서 드라마의 또 다른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물 '정희'를 따로 떼어내 무대에 올리는 연극 '정희'가 3월 31일(화)부터 6월 14일(일)까지 예스24 아트원 3관에서 초연된다.
'나의 아저씨' 속 한 부분이었던 '정희'는 '나의 아저씨'로 익숙한 정서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덧그리는 스핀오프 작품으로, 원작이 남긴 정서적 결을 무대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확장하는 ‘독립 서사’로 관객을 만난다.
연극 '정희'가 3월 31일부터 무대에 오른다. /사진=(주)T2N미디어 제공
연극 ‘정희'는 원작의 감정을 반복하기보다, 같은 세계관 안에 존재해왔지만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 ‘정희’를 중심에 놓고, 독립된 서사를 새롭게 제시한다. 원작이 품었던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이번 스핀오프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정희라는 인물이 지나온 시간과 선택,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의 층위를 따라가며 관객이 새롭게 도달할 정서적 지점을 열어준다.
작품의 배경은 서울 후계동의 오래된 술집 ‘정희네’. 정희는 혼자 가게를 꾸려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세면대의 누수, 벽의 미세한 균열처럼 작고 사소한 고장들이 어느 순간 일상 전반으로 번져가고, 그것은 단지 ‘공간’의 문제를 넘어 정희가 오래 미뤄두고 지나온 감정의 틈을 닮아 있다. 고장 난 곳을 “나중에”로 미루는 습관은 어느새 정희의 삶 전반으로 스며들고, 그 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진다.
친구 동훈의 소개로 젊은 수리공 가람이 ‘정희네’를 찾아오면서, 정희의 일상은 아주 느리지만 분명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게를 고치는 시간은 곧 정희가 자신의 삶을 다시 만지고 정리하는 시간과 겹쳐지며, 현재와 기억이 맞물린 채 서사는 밀도 있게 전개된다.
제작진은 "연극 '정희'는 ‘현재의 인물’과 ‘어린 시절의 인물’이 교차하는 구조로 설계돼, 같은 삶이 시간대에 따라 어떻게 다른 결로 비쳐지는지, 그리고 현재의 선택이 어떤 기억과 맞물리는 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고쳐야 할 것은 벽의 틈만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고 지나온 마음의 결이라는 점에서 '정희'는 ‘수리’라는 행위를 삶의 은유로 확장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의 초연 무대에는 이지현, 오연아, 정새별, 이강우, 김세환, 이태구, 박희정, 박세미, 권소현, 허영손, 강은빈이 출연한다.
동네 술집 ‘정희네’의 주인이자 동훈 삼형제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온 친구 ‘정희’ 역은 세 배우가 나눠 맡는다. 연극 '킬 미 나우', '베르나르다 알바' 등으로 섬세한 표현력과 단단한 감정선을 보여주고 있는 이지현과, 연극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드라마 '시그널', '악귀'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연아, 그리고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 '퉁소소리'의 정새별이 그 주인공이다.
동훈의 오랜 소꿉친구로 속세를 떠나 산사에 머물며, 길지 않은 말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겸덕(어린 상원)’ 역에는 '프라이드', '알앤제이' 등 탄탄한 연극 무대에서 밀도 높은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강우, '보도지침', '미러' 등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묵직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김세환, '히스토리보이즈' 이후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태구가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지안(어린 정희)’ 역은 박희정과 박세미, 그리고 권소현이, ‘정희네’ 수리를 맡은 젊은 목수 ‘가람(어린 동훈)’ 역은 허영손이 맡고 또 강은빈 등이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이기쁨은 "연극 '정희'를 통해 무너진 삶의 틈을 섬세하고도 밀도 있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쁨 연출가는 대한민국 연극대상 젊은 연극인상, 한국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상 등을 수상하며 관객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또 홍단비 작가가 각색을, 작곡 및 음악감독은 이나경이 참여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