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이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을 중앙당이 직접 행사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바탕으로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으로 지도부와 각을 세워온 친한(친한동훈)계를 겨냥한 조치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한계 배현진 의원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와 맞물리면서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비대면으로 전국위원회를 열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결과, 전국위원 831명 중 609명(투표율 73.3%)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 481명(찬성률 78.9%)으로 개정안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2.12./사진=연합뉴스
기존에는 각 시·도당 공관위가 1차 추천권을 행사하고 중앙당이 이를 추인하는 구조였으나, 중앙당이 공천 전반을 사실상 직접 관리·결정하는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선거 전략 차원을 넘어 당권파의 영향력 확대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시당위원장인 배 의원을 둘러싼 윤리위 징계 논란과 맞물리면서, 서울 지역 공천 주도권을 중앙당이 가져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 의원은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해 일부 서울 당협위원장들의 반대 의견을 시당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윤리위에 제소돼 징계가 임박한 상태다. 그는 지난 11일 윤리위에 출석하며 "공천권은 중앙당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새 공천 기준에 따르면 친한계 배현진·박정훈 의원의 서울 송파구와 친한계 고동진 의원 지역구가 있는 서울 강남구의 구청장 공천권은 중앙당이 행사하게 된다. 서울은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만큼 공천 결과에 따라 당내 차기 세력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공천권은 곧 당권"이라며 "대도시 공천을 중앙당이 쥐게 되면 사실상 지방선거 전반을 지도부가 통제하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특정 계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엔 "당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는 있지만 친한계 찍어내기라는 시각은 좀 너무 나간 얘기"라고 했다.
다만 공천권 중앙 집중을 둘러싼 계파 갈등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질 경우 외연 확장은커녕 내부 소모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며 "결국 공관위원장이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공천을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관위원장에는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정현 전 의원이 내정했다. 장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해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당 외연을 확장해 온 정치 궤적과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풍부한 정책 경험이 우리 당이 지향하는 공천의 지향점과 합치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지방선거 등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사퇴해 궐위된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보궐선거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했다. 지방선거 전 지도부 자동 해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