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최악의 19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경제계는 한 목소리로 ‘경제 위기’를 경고하며 입법을 압박하고 있지만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겪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후유증으로 심각한 당 내분에 휩싸이면서 입법 기능을 상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과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법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국민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입법논의에 참가하지 않는 야당을 비판했다. 이어 “지난 9일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됐지만 안타깝게도 국회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돼 버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청와대는 15일에도 “국회가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만 매몰돼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시급한 법안들을 미룬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가 더 이상 국민·민생을 외면하는 시급한 법안을 미뤄선 안된다”고 거듭 법안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과 민생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등 시급한 법안의 통과를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안철수 '탈당정국'…민생·경제 '블랙홀'된 국회 표 '우수수'.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겪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후유증으로 심각한 당 내분에 휩싸이면서 입법 기능을 상실했다./사진=연합뉴스 |
같은 날 “안철수식 ‘철수 정치’에 국회의 민생법안·경제법안이 ‘철수 위기’에 놓였다”고 비판했던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에도 “야당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 청년 밥그릇을 외면한 채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원유철 원내대표는 여야 쟁점 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야당의 위기가 국회의 위기를 불러왔고, 국회 위기는 국가 위기까지 야기하는 만큼 야당이 정상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 처리가 새정치연합의 권력투쟁과 자중지란으로 시기를 놓친 채 발목이 잡혀있다”고 비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야당이 문재인 당, 안철수 당을 위해 민생과 경제회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며 “야당 내홍에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15일 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한 최 부총리는 이날 “각 부처에서는 그야말로 입법전쟁을 치룬다는 각오로 남은 임시국회 기간 중 관련 법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며 “입법 지연에 대한 각계의 우려와 어려운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한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하지 마시고 부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주기길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국회를 겨냥했다.
각계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새정치민주연합은 ‘탈당 정국’에 빠져 입법 논의 협상 파트너마저 속속 사라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 책임자인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사퇴 후 자리는 아직 공석인 상태다.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의 협상 파트너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테러방지법도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상 책임자인 문병호 의원은 탈당을 저울질 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이 될 경우 국회 정보위의 경우 교섭단체 소속만 들어올 자격이 있어 테러방지법 협상 상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여야 쟁점법안을 논의할 협상 창구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법안도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주요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당장 내년 초부터 구조조정 지연과 고용절벽 등에 따른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법안과 경제활성화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의 입법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탈당 내홍을 겪으면서 협상력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 마저 절체절명의 순간을 외면한 채 정국구상을 내세워 이틀간 당무중지를 선언했고 안철수 전 대표는 민심 탐방을 할 예정이다. 야당발 정계개편이 사실상 입법활동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전망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담은 노동 개혁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후폭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가 노사정 대타협으로 힘들게 이끌어 낸 노동 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 국가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문재인·안철수발 ‘탈당정국’이 국회의 기능을 송두리째 뒤흔들어선 안된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되 국가 안보와 민생을 내팽개치고 표을 얻겠다는 것은 도둑 심보와 다를 게 없다. 입법 신분을 망각한 채 눈치보기와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운다면 총선은 하나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