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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프레임에 움직인 KBS 미디어인사이드

2015-12-17 12:5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KBS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가 KBS 사장 선임을 앞둔 2014년 6월 8일과 15일 2주 동안 아주 묘한 방송을 내보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어떻게?” “공영방송 KBS의 과제는?” 이란 주제였는데, 미디어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이 생뚱맞게 갑자기 공영방송 지배구조나 특별다수제와 같은 것들을 다룬 내용이었다.

물론 KBS 사장 선출이란 중요한 시기에 이 프로그램이 다루지 못할 주제는 아니라고 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제작진은 8일 방송에서 ‘여대야소 이사회 구성 비율이 잘못됐다’ ‘특별다수제를 해야한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방식을 바꿔야 한다’ ‘공영방송은 정치적인 독립성이 중요하다’ 는 식의 주장을 줄기차게 강조했다. 그러더니 15일 방송에서는 ‘길환영 사장이 보도개입으로 해임되면서 KBS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며 공영방송 정체성 회복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진단한다고 내용을 풀어갔다.

이날 방송에서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한 가지는 길환영 사장이 해임된 뒤에 KBS 뉴스에 변화가 있느냐는 제작진 질문에 이 프로그램 자문단 교수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네. 저는 일단 긍정적 변화가 보인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그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이나 밀양 송전탑 보도에서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돋보였다” 신문방송학과 교수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곤 믿기 어려운 수준 이하의 비평이었다.

문창극 총리후보자의 장시간 교회강연을 토막을 내 필요한 부분만 짜깁기한 악랄한 왜곡보도를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길환영 사장이 잘려나가 KBS 뉴스가 좋아졌다는 주장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예가 문창극 짜깁기 보도라니 할 말이 없는 수준 아닌가.

감시 기능도 나름이다. 멀쩡한 사람을 친일파로 둔갑시킨, 언론이 해서는 안 될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한 것은 권력에 대한 감시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다. 그러나 이런 표피적인 것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미디어인사이드 제작진의 의도다.

   
▲ KBS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의 6월 8일자 방송분 '공영방송 지배구조 어떻게'./사진=KBS 캡쳐
언론노조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듯한 미디어인사이드

제작진은 전주 방송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는 내용을 내보내더니 15일에도 같은 식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 노사 동수의 공정방송위원회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KBS 언론노조 부위원장 주장, 국장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제 도입, 평기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편집위원회의 운영 방안과 같은 KBS언론노조 주장도 그대로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KBS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미디어인사이드에서 공영방송을 주제로 한 특정세력의 선전과 같은 방송을 연속으로 2주 간 내보낸 것을 과연 순수하게만 볼 수 있나. 공영방송에 대한 시각이나 관점이 다양한데도 제작진은 언론노조 쪽의 주장만 담아 내보냈다.

인터뷰 출연자들도 전부 언론노조 쪽 사람들이다. ‘길환영이 쫓겨나가 뉴스가 좋아졌지만 더 좋아지려면 국장 임명동의제 같은 것을 해야 한다’는 의도가 비치는 방송, 과연 누구더러 보라고 만든 것인가. 정권, KBS 이사회, 그리고 사장 후보들더러 보라는 얘기 아닌가.

미디어인사이드 제작진은 KBS 사장 선임 정국마다 어떤 신호라도 보내는 듯, 언론노조 쪽의 이익논리가 담긴 프레임으로 이렇게 방송을 만들어 치고 나갔다. 길 사장이 쫓겨난 뒤 언론노조가 원하는 사장 선임을 위해, 또 그 사장이 KBS에 와서 자신들을 위해 할 일들을 언급해 놓은 양 노골적인 방송을 했다. 이런 행태는 2015년도 조대현 사장 임기 말 차기 사장 선임 공모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11월 1일 방송된 “고품격 공영방송의 조건은?” 은 고품격이란 수식어만 달라졌을 뿐, 지난 해 방송을 되풀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미디어인사이드가 작년과 올해 KBS 사장 선임 때마다 언론노조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언론노조의 프레임으로 움직인다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언론노조가 미디어인사이드를 통해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려했다는 의혹을 갖게끔 만든다는 얘기다.

   
▲ KBS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 2014년 6월 15일자 방송./사진=KBS 캡쳐
KBS 방송이 언론노조의 확성기가 돼선 곤란하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하냐면, 언론노조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이익을 위해 방송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하나의 핵심적인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영방송의 특정 프로그램이 특정 정파, 이념색채가 짙은 편향된 조직인 언론노조 쪽의 주장만을 담아 방송한 것으로 그 자체가 불공정 보도이자, 편파보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영방송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 중엔 언론노조 세력이 방송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이미 상당한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이나 심지어는 예능방송까지 언론노조가 자신들의 편향된 역사관과 정치관으로 오염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장을 뽑을 때마다 보였던 미디어인사이드의 이러한 방송행태는 더 나가서 언론노조가 KBS 사장 선임에까지 개입하려는 정치노조의 본색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고대영 사장은 한낱 KBS 비평프로그램이 사장 선임 때마다 언론노조의 프레임으로 이렇듯 교묘하면서도 노골적인 선전선동 방송을 해온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몰랐다면 KBS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한심한 일이고, 알고 있었다면 사장이 됐으니 더 이상 이런 작태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디어인사이드라는 프로그램이 왜 언론노조와 야당의 확성기가 되어야 하나. 공영방송의 정치독립, 방송공정성, 특별다수제, 국장임명동의제 기타 등등 이런 것들은 KBS 보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다수의 국민들이 이런 제도들이 KBS 보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왜 악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는데 미디어인사이드와 같은 프로그램이 한쪽 시각만 일방적으로 내보내서는 곤란하다.

특히 언론노조가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는 선전 프로그램으로 이용하도록 그냥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차제에 미디어인사이드 뿐 아니라, 노조가 방송이나 뉴스를 자기들 정치적 목적이나 사익을 위해 악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점검하기 바란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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