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중국 춘절 이후 물동량 회복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해운업계가 동맹 중심의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춘절 이후에는 중국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되며 물동량이 빠르게 늘고 운임도 반등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는 춘절 이후에도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서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중순 기준 컨테이너 운임은 5주 연속 하락했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해 말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드류리 세계컨테이너운임지수(WCI)는 2월 둘째 주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1933달러로 전주 대비 1% 하락하며 5주 연속 하락했고 이후 1899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춘절 효과 사라진 컨테이너 운임…해운 시황 약세 지속
여기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지난해 말 이후 지속적인 하락 흐름을 보이며 주요 항로 운임 전반이 약세를 나타냈다.
과거에는 춘절을 앞두고 물량을 미리 밀어내는 ‘춘절 효과’로 운임이 상승하는 계절성이 있었지만 올해는 수요 부진으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지 않으면서다.
최근 중동지역 전쟁 영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LNG, VLCC 등의 스팟 요금이 일시적으로 급등하긴 했지만 이 역시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이러한 운임 급등 역시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 홍해 사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항로 우회가 불가피해지면서 운임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사례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시장은 다시 수요와 공급 구조에 따라 움직였다”며 “이번 중동 리스크에 따른 운임 상승 역시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기보다는 전황에 따라 단기적인 변동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일시적인 운임 변동에도 불구하고 해운 시장의 구조적인 약세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운임 방어를 위한 선복 조절에 나서고 있다. 해운시장 분석기관 Shipping Intelligence Hub에 따르면 현재 HMM이 속한 해운동맹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최근 3~4월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총 47건의 항차 취소(blank sailing) 예정을 발표했다. 블랭크 세일링은 예정된 항차를 건너뛰어 선복 공급을 줄이는 방식이다.
◆해운동맹 항차 취소 확대…운임 방어 위한 선복 조절 본격화
구체적으로 △2M 얼라이언스(머스크 및 MSC)의 아시아-북유럽 노선 12회 △프리미어 얼라이언스(ONE, HMM, 양밍)는 9회 △오션 얼라이언스(CMA CGM, COSCO, 에버그린, OOCL)는 7회 운항을 취소했다. 이에 더해 태평양 횡단 노선에서는 아시아-미국 서해안 서비스에 집중된 14회의 공백 항해가 발표됐다.
또한 일부 선박은 감속 운항(slow steaming)을 병행해 선복 공급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치로 최대 15% 수준의 선복 조정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계절적 대응을 넘어선 선제적 공급 관리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해운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가 이어지며 선복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 우려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배가 운행할 수 없듯이 물동량이 감소세에 따라 운항 여부와 항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동맹에 속한 선사들이 항차와 선복을 함께 조정하면 단일 선사의 대응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경우 시장 점유율 경쟁보다는 운임 안정성을 우선한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해운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HMM을 포함한 국내 선사 입장에서도 동맹 차원의 공급 조절은 운임 안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유럽 항로는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노선으로, HMM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초대형선을 투입해 운영하는 대표적인 장거리 항로로 꼽힌다. 해당 노선에서의 공급 조정은 글로벌 운임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향후 물동량 흐름에 따라 추가적인 공급 조절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유럽 물동량 회복이 지연되거나 글로벌 교역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항차 취소나 선박 배치 조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춘절 이후 물동량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나면서 선사들이 공급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며 “동맹 중심의 공동 대응이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안정화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