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렌털 업계가 삼성전자 등 빅테크 기업들도 고심 중인 로봇 상용화 해법을 소유가 아닌 이용 중심의 서비스형 로봇(RaaS·Robot as a Service)에서 찾고 있다. 고가의 로봇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관리와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결합된 구독 모델로 대중화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서빙 로봇이 접시를 나르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개발해온 가정용 집사 인공지능(AI) 로봇 볼리(Ballie)의 출시를 지난해 말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로봇의 상용화와 실제 판매가 이르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AI 기술이 집약된 로봇은 기기값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데다, 사후 관리(AS)에 대한 소비자 부담으로 실제 구매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렌털 기업들은 해당 지점을 오히려 틈새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다. 초기 비용 부담 없이 로봇을 이용하면서, 실시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전국적인 방문 관리 인프라를 통해 기기의 성능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완벽한 하드웨어를 만든다면, 렌털 기업에선 이를 관리 서비스로 메우며 실질적인 시장 침투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렌털 업계가 로봇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존 위생 가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렌털 계정 수는 약 2100만~2200만 개로, 전체 가구 수(2229만 가구)에 육박한다. 일부 기업 간 거래(B2B) 계정을 고려하더라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상태다. 정수기 한 대를 더 파는 경쟁 대신, 로봇이라는 새로운 구독 카테고리를 제안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업계 1위 코웨이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에 로봇, 반려동물 기기, 정형외과용 기기 등을 사업 목적으로 대거 추가하며 로봇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5월 실버케어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한 코웨이는 향후 168조 원 규모의 실버 시장을 겨냥한 요양 및 돌봄 로봇 렌털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코웨이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신규 사업에 대해 확정된 부분은 없으며,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시장의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로봇 렌털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MWC 2026 SK텔레콤 전시관 내 SK인텔릭스의 웰니스 로보틱스 ‘나무엑스(NAMUHX)’ 전시 공간. /사진=SK인텔릭스 제공
SK매직는 최근 사명을 SK인텔릭스로 변경하고 AI·웰니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자율주행과 AI가 결합된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 등을 통해 가정 내 돌봄 서비스를 플랫폼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쿠쿠홈시스 역시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프랜차이즈 및 식음료(F&B) 산업 관련 로봇 설루션'과 '자동조리로봇 유지보수 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로봇 사업 전선을 구체화한다. 이는 단순히 로봇 기기를 파는 것을 넘어 전국 단위의 방문 관리 조직을 활용해 로봇의 설치부터 유상 수리까지 책임지는 서비스 중심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포화한 시장 돌파구로도 주목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렌털 계정 수는 약 2100만~2200만 개로, 전체 가구 수(2229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 중 일부 기업간거래(B2B) 고객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기존 제품을 넘어 로봇이라는 새로운 구독 카테고리를 제안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현장 조직의 개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생활 중심의 로봇 제품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필터 교체 중심이었던 방문 관리 인력은 로봇 센서를 점검하고 소프트웨어를 세팅하는 ‘로봇 테크니션’으로 진화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로봇을 일상 속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빌려 쓸 수 있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들이 기기나 기술 중심 접근으로 고전하는 사이, 렌털사들은 2200만 계정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생활용 서비스 로봇 상용화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