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롯데홈쇼핑을 둘러싼 롯데그룹과 태광그룹 사이의 해묵은 갈등에서 롯데가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 20년간 5대4로 유지됐던 이사회 구도가 6대3으로 재편되면서, 롯데홈쇼핑은 의사결정 병목을 해소하고 올해 성장 전략에 역량을 온전히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본사./사진=롯데홈쇼핑 제공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확대를 포함한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으로 롯데그룹 측 사외이사가 1명 늘고 태광그룹 측 임원이 1명 줄어들면서,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기존 롯데 측 5명·태광 측 4명에서 롯데 측 6명·태광 측 3명으로 재편됐다.
이로써 롯데는 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특별 결의 등 안건을 단독으로 의결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지난 2006년 우리홈쇼핑 지분 53%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2대 주주(지분 45%)인 태광그룹이 이사회 9석 중 4석을 차지하는 구도가 20년간 지속돼 왔다. 인수 당시부터 불거졌던 롯데와 태광의 갈등은 주요 경영 사안으로도 번졌다.
롯데홈쇼핑의 법인명이 현재까지 ‘우리홈쇼핑’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법인명 변경은 특별 결의 안건에 해당하는데, 태광은 이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태광이 롯데홈쇼핑의 양평동 사옥 매입 및 롯데 계열사 간 거래를 공정위에 신고하고 ‘롯데’ 브랜드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등 견제 수위를 높였고, 롯데에서 이를 정상적인 회사 경영을 문제 삼는 ‘몽니’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그간 롯데홈쇼핑은 주주 간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태광의 지속적인 견제로 기업 경영이 심각하게 저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이번 사외이사 확대는 태광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과 의사결정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강수’를 둔 배경에 실적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24년 4년 만에 수익성 반등에 성공했지만, 작년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 9.6%씩 감소하며 다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홈쇼핑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도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체질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은 이사회 재편을 통해 본격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입장이다. 그간 태광 측이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에 반하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불필요한 역량 소모가 있었지만, 롯데 측 단독 의결이 가능해지면서 온전히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된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는 앞서 신년사에서 올해를 ‘도전의 해’로 규정하고 “익숙한 방식보다 새로운 시도를, 안정보다 도전을 택해야 한다”며 차세대 핵심 사업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신규 브랜드 확장, 신상품,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온라인·모바일·T커머스·SNS까지 아우르는 멀티채널로 전방위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핵심 전략은 콘텐츠와 IP사업 강화다. 자체 캐릭터 ‘벨리곰’ 및 아티스트·셀럽 등 IP사업을 확대함으로써 고객 참여와 몰입을 유도하는 ‘경험하는 쇼핑’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그간 경영 활동에 방해가 됐던 부분이 해소되면서,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근거 없는 주장이나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