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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 대관식과 ‘케데헌’이 쏘아 올린 K-팝 영향력

2026-03-16 15:46 |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올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통적인 예술 영화의 권위와 현대적인 장르물의 파급력이 절묘하게 교차한 지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흥행작에 면죄부를 주거나 난해한 예술 영화에만 침잠하지 않았다. 대신 ‘완성도’라는 본질 아래, 비영어권 문화가 할리우드의 골격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를 증명하는 장이 되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장르 영화를 마스터피스의 반열로

이번 시상식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은 6관왕을 차지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였다.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B급 정서’나 상업적 전유물로 여겨졌던 강렬한 액션 시퀀스를 인간 심연의 고독과 철학적 서사로 치환해낸 기술적·예술적 성취를 아카데미가 인정한 것이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아카데미상 6관왕에 오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과거 아카데미가 서사 중심의 드라마에 치중했다면, 올해는 편집, 캐스팅, 무술적 안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장르’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오스카가 영화적 체험의 본질인 ‘역동성’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비영어권 영화 향한 오스카의 변화된 시선과 ‘센티멘털 밸류’

올해 아카데미는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정점에 선 작품이 바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영화 '센티멘털 밸류(Sentimental Value)'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잘 알려진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몰락한 감독과 그의 딸 사이의 관계를 북유럽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지적인 감성으로 그려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센티멘털 밸류'의 수상은 오스카가 단순히 미국적 서사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유럽식 시네마의 미학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기생충'이 ‘1인치의 장벽’을 넘었다면, 올해는 그 장벽 자체가 이미 허물어졌음을 시사한다. 

노르웨이 영화 '센티멘털 밸류'의 수상은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오스카의 변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사진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센티멘탈 밸류' 팀. /사진=Patrick T Fallon



특히 영어가 아닌 언어가 섞인 대사가 자연스럽게 각본상 후보에 오르고,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경합을 벌이는 모습은 오스카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 영화 축제’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 영화는 없었지만, ‘K-팝’은 무대를 지배했다

비록 올해 한국 장편 영화가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그 중심에는 2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있었다. 

캐나다 이민 한국 여성 감독 매기 강이 연출한 이 작품의 수상은 K-콘텐츠가 이제 ‘소재’를 넘어 할리우드의 ‘기획력’ 그 자체가 되었음을 상기시킨다.

비록 이번 오스카에서 한국 영화의 수상은커녕 후보에도 오른 작품은 없지만, '케데헌'의 2관왕은 한국 문화, 특히 K-팝이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그 지평을 확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축하 무대에서 펼쳐진 주제가 'Golden'의 퍼포먼스는 이번 시상식의 백미였다. 판소리와 K-팝 댄스가 어우러진 이 무대는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문화적 에너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아카데미가 한국 영화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K-팝과 한국적 정서를 담은 애니메이션에 2개의 트로피를 안긴 것은, 한국 문화가 지닌 글로벌 보편성과 트렌드 선도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계를 넘는 문화의 연대

제98회 아카데미는 영화 산업의 중심축이 북미에서 전 세계로, 순수 예술에서 완성도 높은 장르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르웨이의 '센티멘털 밸류'가 증명한 고전적 미학의 힘과 '케데헌'이 보여준 K-컬처의 역동성은 이제 할리우드의 새로운 양대 축이 되었다.

이제 오스카는 언어와 국적의 경계를 묻지 않는다. 대신 ‘얼마나 새로운 감각으로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가’를 묻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콘텐츠가 지닌 역동성과 기획력은 앞으로도 오스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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