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 |
통진당 해산 1주년 12월 19일, 그날은 왔다
[미디어펜칼럼=김연주] 1년 전, 누군가는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거품을 물었지만 필자는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아 뛸 듯이 기뻤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최초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선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이 인생의 BGM으로 깔리는 듯 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고대하던 그날은 왔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대한민국에서 실현하려 했던 통합진보당은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됐고 소속 의원은 전원 ‘의원직 박탈’ 선고를 받았다. 그렇게 통진당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날로부터 1년, 마땅히 기뻐야 할 기념일이 기쁘지 않다. 대한민국과 다른 이상을 좇는 반(反)자유세력은 통진당이라는 제도적 외피를 잃었을 뿐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당당히 활보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방송에 얼굴을 내비치고, 또 다시 세를 꾸려 정치 제도권에 진입시키고자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누가, 왜 반(反)자유세력의 부활을 허락하나
통진당 해산선고는 단순히 ‘통진당’이라는 일개 정당에 대한 해산명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질서 위에 세워졌음을 바로 하는 ‘정체성의 선언’이자 이를 부정하는 ‘반(反)자유 세력에 대한 경고’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12.19 해산선고의 헌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소속정당 구성원에 대한 법적·제도적 후속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황당하고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내란선동죄로 징역9년형을 받은 이석기를 포함해 전 통진당 소속 김미희(철도노조체포방해), 김선동(국회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김재연(철도노조 체포방해), 오병윤(불법 후원금 수수), 이정희(한미FTA반대집회) 등은 각자 해당되는 위법사항에 대해 형사 처분 받았을 뿐 모두 위헌정당 관련 처벌은 받지 않았다. 위헌판결을 받은 정당의 구성원에 관련 제재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를 도저히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혀를 내두르다가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주지법의 판결을 떠올린다. 그리곤 이내 ‘아,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 정도였던가’하는 짧은 탄식을 뱉는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패기(?) 넘치는 전주지방법원은 전 통진당 비례대표인 이현숙 전 도의원이 도의회 의장을 상대로 낸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퇴직처분 취소 등 소송’에 대해 “지위가 있음을 확인한다”며 이 의원 손을 들어 줬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법치님 만세’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2013년 11월 5일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가처분과 함께 신청한지 1년이 지나는 시간동안 무려 18차례의 공개변론과 17만 쪽이 넘는 분량의 관련 자료가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에 의해 재판부에 제출 됐다. 아무리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문서 첨탑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대한민국식 민주주의, 법치 시스템에서는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내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정면 배치되는 판결을 내려도 된다.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지만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 누가 이 세력에 부역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부역하고 있는지 보는 눈이 많다. 최근 민주노총과 여러 단체가 주최한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와 함께 ‘통진당 해산 반대’, ‘이석기 석방’,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구호가 함께 등장한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사진=연합뉴스 |
전주지법의 판결 이후 즉각적인 항소는 물론 잔당세력을 제대로 처벌하라는 시민단체의 항의가 빗발쳤다. 애초에 이런 논란을 만들지 않도록 후속처리를 할 수는 없었을까. 독일의 경우에는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을 유지하거나 대체조직을 유지한 자는 그 역할의 경중에 따라 수괴 또는 배후조종자와 당원과 지원자로 나누어 형사 처벌하고 있으며 대체조직의 선전물 등을 반포한 자도 형사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1) 또한 이 ‘대체조직’2)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법은 갖추지 못한 내용이 다수다. 그리고 그 틈을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반(反)자유 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활을 꿈꾼다.
재기를 노리는 통진당 세력들은 다음 20대 총선 출마 시도,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아직도 자신들의 반(反)대한민국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헌재는 우리에게 위헌정당판결을 내렸지만, 우린 부활의 그날을 꿈꾼다.” 3류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곧 4월 총선 바람을 타고 이 모든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각성해야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반(反)자유 세력은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통진당 하나를 없앤 것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재(再)창당 또는 신당 창당보다 더 교묘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위장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총선을 노리고 민주노총과 함께 좌파 정당을 만들어 다시 현실정치에 발을 붙여 보겠다는 계획부터 시작해 우리가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그 어떤 방식까지 사법부, 국회 할 것 없이 아주 오래전부터 심어둔 동지들을 모아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고 똬리를 틀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반하는 사법부, 수수방관 직무유기만하는 국회도 믿을 수 없다. 이제는 시민 스스로가 누가, 왜 반(反)자유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지 감시해야 할 때다.
그러나 기쁨은 완성될 것이다
김재연 전 의원은 아프리카TV에 ‘김재연의 서른쯤에’라는 방송을 개설했다. 방송을 보고 황당해서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의정부 을 지역구’ 출마설을 건너 듣고 있다.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했던 홍성규 전 대변인은 이미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러니 통진당 해산 1주년이라 해서 속 편히 기쁠 수 있을까.
▲ 헌법재판소에 의해 2014년 12월 19일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지역에서 7석, 비례대표로 6석으로 총13석을 얻었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반대하여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었던 전 통진당 국회의원단./사진=미디어펜 |
그러나 기쁨은 완성 될 것이다. 시민들이 전체주의, 반(反)자유 세력의 실체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누가 이 세력에 부역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부역하고 있는지 보는 눈이 많다. 최근 민주노총과 여러 단체가 주최한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와 함께 ‘통진당 해산 반대’, ‘이석기 석방’,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구호가 함께 등장한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불법 폭력시위 주동 단체에 빠지지 않는 이적 의심단체와 통진당 잔당세력들의 연결고리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치밀하지만 우리는 깨어 있다. 더 이상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가면 뒤에 숨어 전체주의, 반(反)자유 세력에 부역하는 자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에드먼드 버크는 “악이 승리하는데 필요한 것은 선한 사람의 무관심과 방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선의 방관은 악을 꽃피우는 씨앗이다. 기쁨이 완성되는 날까지 무관심 속에 잠드는 날은 없어야 한다.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
1) 독일 형법 제3절 민주적 법치국가에 대한 위험죄는 크게 ① 결사의 자유 초월(超越)죄, ② 표현의 자유 초월(超越)죄, ③ 헌정질서 위태화와 파괴죄, ④ 연방방위군 및 공안기관에 대한 헌법적대적 영향력 행사죄, ⑤ 연방대통령, 국가 및 국가 상징물 그리고 헌법기관에 대한 모욕죄로 구분된다. 본 절은 특별히 장소적 영역에 관한 규정(제91조)을 두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정당(Rathauspartei; Kommunalpartei), 선거단체(Wȁlervereinigung) 방계조직(Nebenorganisation; Hilfsorganisation), 대체정당, 위장조직(Tarnorganisation), 후원조직과 세력, 결사나 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