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예측 불가’ ‘철수(撤收) 정치’로 비판을 받아왔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비주류측의 사퇴압력에여전히 ‘마이웨이’를 고집하며 조기 선대위 구성을 통한 내분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내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은 여전히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며 진로를 암중모색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18일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 20일 김동철 의원, 23일 임내현 의원까지 탈당에 가세하면서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의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안철수 의원의 신당행을 선언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호남발 탈당기류는 점차 수도권으로 북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안철수의 정치 성공여부는 인적쇄신이라는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달린 것이다. 모처럼 '철수 스타일'이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이합집산이 된다면 '새정치'는 고사하고 새로울 것도 성공할 수도 없는 것이다./사진=안철수 의원실 제공 |
정치권에서는 탈당을 저울질 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그리는 그림은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지적이다. 김한길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에도 가까운 의원들을 이끌고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시 여권을 헤쳐 모이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당시 행동을 같이 했던 인물은 이종걸·주승용·노웅래 의원 등 21명이었다. 이번에도 김한길 의원이 탈당을 선택한다면 혼자가 아닌 최대한 많은 의원들을 규합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야권 주도 세력 교체’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총선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촉박함 때문에 집단 탈당보다는 순차적 탈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김한길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답을 기다리는 동시 당내 인사들과 물밑접촉을 통해 이미 세규합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김한길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탈당을 할 경우 야권 재편의 핵으로 부상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내에서 김한길 의원과 정치적으로 행동을 같이 해 온 의원은 10여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주승용(여수을)·민병두(서울 동대문을)·최재천(서울 성동갑)·최원식(인천 계양을)·정성호(양주-동두천)·노웅래(서울 마포갑)·권은희(광주 광산을) 등이다. 23일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현역의원은 모두 8명(천정배·안철수·박주선·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임내현)이다.
천정배 의원 등 기존 신당파들도 안철수 신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통합을 저울질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라도 안 의원 쪽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권은희 의원은 탈당을 공식선언했고 고민중인 주승용·최원식·장병완·박혜자 의원 등이 모두 탈당할 경우 김한길 의원까지 포함하면 15명이다.
예상 의원 모두가 탈당해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5명이 부족한 상태다. 김한길 의원이 물밑 세규합에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정배·박주선 의원등 기존 신당파도 김한길 의원의 행보와 안철수 신당을 예의주시하며 통합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김한길 의원 선택에 따라 결국 탈당파의 구심점은 안철수 신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변수는 촉박한 선거일정이다. 눈앞에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탈당을 결정하기에는 심적 부담감이 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의원은 탈당은 곧 야권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변수는 박지원 의원이다. 박지원계에도 김영록 등 10명의 의원이 있다. 따라서 김한길·박지원 두 사람이 모두 탈당할 경우에는 최소 20명의 의원들이 동반탈당 하게 된다. 박지원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탈당 의사를 묻는 질문을 받고 “선제적으로 나가서 그러한(신당 통합) 운동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탈당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행보도 선명해지고 있다. 부족했던 스킨십 정치와 영수증까지 챙기던 그가 사무실 대여료로 자기 돈을 선뜻 내놓는가 하면 측근들 지지까지 호소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라진 ‘철수 스타일’이다. 하지만 혁신에 대한 갈등으로 문재인 대표와 등을 돌린 그의 ‘새정치’가 구태를 벗지 못한 ‘구정치’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탈당파를 끌어안는 모습에서 그가 내건 인적쇄신 역시 현실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경고음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안철수의 정치 성공여부는 인적쇄신이라는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달린 것이다. 모처럼 '철수 스타일'이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이합집산이 된다면 '새정치'는 고사하고 새로울 것도 성공할 수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