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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의 덫…중국 시장경제는 '밸브없는 압력밥솥'

2015-12-24 07:0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중국정치의 미래, 밸브 없는 압력솥

권력과 시장의 양자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는 점을 앞선 글에서 설명했다. 권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정통성이 있어야 하며 자의적인 횡포를 막기 위해서 법치주의가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내부의 불만과 스트레스를 잘 빼내주는 압력솥 처럼 사회가 잘 작동 할 수가 있다. 그러면 중국은 과연 그러한 압력솥일까?

1. 중국의 정치시스템-공산당1당 독재국가

1) 기본적인 원리

마오쩌둥의 공산혁명이 성공한 이후로 중국 공산당은 절대적인 1인 지배체제를 가졌던 1인 국가였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가혹한 통치에 진저리를 친 공산당의 권력자들, 특히 덩샤오핑은 그의 사후에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게 된다. 크게 4가지다.

하나는 1인 지배를 막기 위한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로 이루어진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국가 주석직에 임기제를 도입하여 1번의 임기 기간은 5년이며 2번까지만 연임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세 번째는 정치보복의 근원을 막기 위해서 격세간택, 즉 현재 주석 자리에 있는 사람이 차기와 차차기 주석을 미리 선정함으로써 권력의 이동에 따른 정치보복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었다.

네 번째는 상호견제가 되는 파벌을 만드는 것이었다.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파가 바로 그것인데 (물론 상하이방은 장쩌민이 등장하면서 생겼지만) 이 파벌들이 상호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9인의 상무위원들을 나눠먹고 지방과 당 서기자리, 25인의 중앙위를 협의하여 이끌고 가는 것이다.

2) 기본적인 구조

약2억명의 중국공산당원들 중에서 계급의 피라미드를 거쳐서 오르고 오른 사람 200명이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25명을 추대해서 정치국 위원회를 이룬다. 이 25명 중에 9명 – 이제는 7명 – 을 뽑아서 중국의 모든 의사결정을 결정하는 최고의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한다.

   
▲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민간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으로써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대부분의 대기업들, 주로 석유, 부동산, 건설, 통신, 보석, 금융 같은 분야에서는 전 현직 공산당 권력자들의 자녀들이 직접 사업을 하거나, 그들을 통해 로비해야 시장진입이 가능하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2. 중국정치의 아킬레스 건-이념의 부재, 불안정한 파벌 간 균형

1) 개혁개방 이후의 공산주의 이념의 부재 - 민족주의의 부활

덩샤오핑 이후로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기존의 공산주의의 이념이 약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준은 낮았으나 공산주의의 평등의 이념대로 무상의료와 공동분배 시스템이 작동했다. 그러나 개방 이후로는 중국은 모든 사회주의 분배, 배급 체계는 사라지다 못해 아예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자체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 기존의 사람들을 묶어주던 공산주의 이념이 사라지면서 국민들 간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이런 공백을 천민자본주의가 파고들고 있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공산당은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국민들을 단합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과거 서방과 일본에게 시달렸던 100여년의 역사를 다시 들먹이는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폐쇄성에 더하여 외부에 대한 배타적이며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외국기업의 철수, 특히 일본자본의 철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을 뿐이며 중국에게는 어떤 실익도 없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 번 가속화된 배타적 민족주의를 달래기 위해서는 공산당 지도자들은 더욱 외부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비 지출과 늘어나는 군비증강을 보면 알 수 있는 현실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부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밖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더 이상 온건한 타협이 어려운 수준까지 갈등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2) 불안정한 파벌의 권력의 균형

권력의 측정은 불가능 하다. 기업이나 개인의 재산이나 경쟁력은 숫자나 실적을 통해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권력에서, 특히 패쇄적인 1당 독재에서 파벌간의 권력은 어떻게 측정되고 계산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측정이 불가능한 권력의 파벌간의 균형은 과연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마치 가는 막대의 끝에 접시를 몇 개를 올려놓고 계속 돌리는 서커스의 묘기 같은 일이 아닐까?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 여전히 불완전한 재산권, 소유권

중국의 기업의 절반 정도는 공산당이 경영하는 국영기업이며 순수한 민간 기업은 없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5인 이상의 기업은 공산당 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 개인의 토지나 주택에 대해 제대로 보상해 주지 않고 있다. 국민 개인의 돈을 강제로 명령하여 공산당의 정책수행에 지출하게 시키는 게 현실이다.

3. 중국권력자들의 근본적인 고민 – 변화하기에는 너무나 느린 거대 공룡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민간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으로써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반면에 중국은 대부분의 대기업들, 주로 석유, 부동산, 건설, 통신, 보석, 금융 같은 분야에서는 전 현직 공산당 권력자들의 자녀들이 직접 사업을 하거나, 그들을 통해서 로비를 해야 시장에 진입이 가능한 곳이다. 앞선 글에서처럼 처음부터 왜곡된 경제구조, 즉 자본투입위주의 수출지향경제에서의 부작용에 더해서 근대국가의 기초가 아직은 탄탄히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고 한 술 더 떠서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고 이익을 얻는 현상은 분명히 자유시장경제의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된다. 이런 어두운 면은 중국의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도 잘 알고 있으며 개혁의지를 언급한 적도 많다. 그러나 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 할까?

그것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공산당뿐만이 아니라 그 밑에 기업인, 중산층-이 이미 구조적인 문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한과 간섭을 과감히 줄이고 언론의 자유를 주고 투입식 경제성장의 방식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는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례를 봐도 기득권층이 스스로 권력과 이익을 내려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당장 자본 투입식 성장률 위주의 경제성장을 포기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좀 더 많은 소득이 흘러가도록 해야 하지만 당장 사회로 쏟아지는 해마다 약 3000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에게 약 16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철강과 콘크리트에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중국 경제의 모습이다. 시진핑의 총재산이 약4조원, 숙청된 보시라이의 숨겨진 재산이 1조 4천억원이며 이런 부정축재의 과정에서 수없이 서로 얽히고설킨 부패의 협력사슬은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구조적인 부정부패의 체계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스스로 개혁이 쉽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는 이런 부패가 있어도 국민의 선거로 집권한 대표자가 여론을 등에 업고 강력하게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면 어느 정도는 부정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권력의 교체가능성이 아예 없는 1당 독재의 국가들, 부정 없이는 권력자들이 잘 살기 힘든 체제에서는 개혁의 여지는 별로 없다.

맺으며

중국의 정치와 권력이 자유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다. 1년에 약18만 건 이상의 폭동과 저조한 경제성장, 실업문제에서 중국은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충돌로 돌리기 위해 대외적인 강경책으로 기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이 궁극의 해결의 열쇠가 될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 중국이라는 압력솥에 밸브를 달지 않으면 이 밥솥은 언젠가 터질 것이다. /윤현철 자유기고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중국기업의 절반 정도는 공산당이 경영하는 국영기업이며 순수한 민간 기업은 없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5인 이상의 기업은 공산당 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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